노 당선자 대구 방문-문화 전문가 기고

입력 2003-01-27 15:36:24

지난 해 11월, 서울에서 한국민족예술총연합회와 민족작가회의가 공동으로 마련한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 토론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정부가 실시한 문화정책 중에서 가장 실패한 것으로 지적된 첫 번째가 '지역문화의 불균등한 발전(27.4%)'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부가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 심지어 문화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 하는 염려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인수위의 구성에서 문화 분야의 인사가 배제된 점, 12대 국정과제에서도 '교육개혁과 지식문화강국 실현'이라는 항목에 언급된 '선진국 수준의 문화 인프라, 세계 수준의 문화산업'과 '보편적 문화 향수권 보장'이라는 세부항목만으로는 새로운 정부의 문화에 대한 의지, 혹은 지역 문화 육성에 대한 인식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새로운 정부는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접근 방식의 첫 번째는 이제 문화가 일부 지역이나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문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선 굵은 의지 위에 기초해야 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 접근 방식은 '전지구지방화(globalization)'라는 인식 위에 발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정치나 경제의 눈으로 문화를 보는 시대는 갔다.

21세기는 문화의 눈으로 정치와 경제를 보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의 단초 중에 하나가 바로 지역 문화의 육성이다.

이는 단순히 지방분권적 차원의 특혜나 시혜의 차원이 아닌, 21세기적인 새로운 발전 전략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문화 민주주의'와 '전지구지방화'라는 접근 방식을 통해 들여다보는 지역 문화 육성의 기본방향을 우선 두 가지로 정리해보면, 첫째, 이제 문화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콘텐츠웨어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난타'를 통해 외국 관광객들은 한국 문화가 일본과 중국과는 다른, 그 어떤 역동성을 느끼듯이, 문화정책도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 콘텐츠웨어개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문화 소비 시장의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내건 '보편적 문화 향수권의 보장'과도 일면 일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기본방향에 의거, 지역의 현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의 경우, 금년도 대구시가 개최하는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각종 문화행사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절대 필요하다.

그것이 비록 대학생 체육축제이지만, 이를 계기로 대구의 문화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문화행사를 통해서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구시가 지난 해 요청했던 문화행사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전액 삭감된 상태에 있다.

새로운 정부는 지방 정부가 세계와 만나는 문화적 이벤트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하나는 현재 대구시가 구상하고 있는 세계오페라대축제에 대한 중앙 정부 차원의 관심이다.

현재 대구시는 전국 최초의 전용 오페라 하우스 개관을 기념하여 국제적 규모의 오페라축제를 구상하고 있으나, 재원 조달에 있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오페라의 특성상, 소규모의 예산으로는 오히려 낭비만 될 뿐, 그 기대하는 바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예술로서 오페라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발전, 그리고 서울을 제외한 그 어떤 도시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립오페라단과 민간 오페라단, 이와 동시에 그 어떤 공연예술보다 많은 고정 관객층을 가지고 있는 대구의 상황을 감안하였을 때, 어쩌면 이 행사야말로 대구시가 그 동안 구축해온 문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최초의 콘텐츠웨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문화 소비 시장의 확대와 관련한 지역 문화예술의 현안 사업은 지역의 많은 문화예술계 대학 졸업생과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특히 대구는 교육의 도시로서, 그 어떤 도시보다 매년 수많은 문화예술 전공자를 배출하는 도시이면서도, 동시에 시민들의 문화지수가 낮은 도시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각 지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주민자체센터, 아파트 단지 내 공간, 구민회관 등을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계 졸업생이 직접 자신의 지역 내 주민 혹은 학생들에게 강습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자녀들이나 결손 가정의 자녀들에게 제공되는 국가 차원 예술 교육은 수많은 기대효과를 유발할 것이며, 나아가 문화예술의 소비시장을 확대시키는 데에도 기여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에 있어 최대 과오가 '지역문화의 불균등한 발전'이라는 점과 역설적으로 비민주적이었던 5공화국 때 오히려 '지방문화중흥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지방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 문화 민주주의와 분권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부가 새롭게 인식하여 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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