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동 폐기장 3, 4년후 포화 '비상'

입력 2003-01-24 10:31:07

매립 한계에 부닥친 쓰레기 매립장마다 대체 매립 부지를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종 생활 폐기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안정적이고도 효율적인 매립 대책은 없는지 대구시 방천동 매립장을 찾았다.

◇현장=지난 17일 달성군 다사읍 방천리 대구시 쓰레기 매립장. 입구에서 차를 타고 한참을 돌아 올라가면 길 아래로 거대한 매립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엔 수거·운반돼 온 각종 생활 쓰레기가 30m 높이로 절벽처럼 쌓여있었고 아래쪽엔 새 매립부지 조성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대구시내에서 수거된 각종 생활 쓰레기가 매립되는 곳. 매립시간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대부분 오전 중에 매립된다.

매립이 끝난 오후 4시가 되자 쏟아부어진 쓰레기를 포클레인, 지게차 등이 정리했다.

쓰레기 다짐 작업 후 그 위에 30cm 정도 흙을 깔고 정리하는 복토작업이 이어졌다.

작업중인 매립장 옆 30m 아래엔 매립장 부지 조성이 한창이었다.

이곳은 앞으로 3, 4년간 쓰레기를 매립할 방천동 시 매립장의 마지막 남은 매립 공간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이곳에 매립되는 쓰레기량은 하루 평균 1천600t. 대구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80% 정도다.

나머지 20%는 성서공단내 성서소각장에서 소각된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이처럼 낮은 소각률이 매립 과부하를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라며 "10%에도 못 미치는 전국 평균 소각률보단 높지만 이웃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선 턱없이 낮은 수치"라고 했다.

일본의 경우 쓰레기의 80%를 소각한다고 했다.

소각 전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최종 선별하고 나머지를 소각용 연료로 만들거나 소각한 뒤 소각재만 매립, 매립 부지를 최소화한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소각시설비가 t당 2억원 정도로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소각 비용도 t당 6만5천원 정도로 매립비용 t당 1만8천원보다 4배 가까이나 든다는 것.

또 소각장이 혐오시설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낮은 소각률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쓰레기 소각 때 다이옥신, 일산화탄소 등 유해성분이 든 배출가스가 발생하긴 해도 기술 발달에 따라 이들 성분의 함유량이 차량 배출가스보다 오히려 적은데도 여전히 쓰레기 소각장은 안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했다.

매립 전 쓰레기 재활용 선별작업 및 자원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매립장 수명을 단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재활용 가능 쓰레기 선별 시설을 설치할 만한 부지가 없는데다 선별작업에 따른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경북의 상당수 시·군도 새 쓰레기매립장 입지 선정 및 추진에만 목을 달고 있는 실정이다.

◇대책은 없나=전문가들은 "매립장 조성에 매달리기보다 매립 전 재활용과 소각 가능 쓰레기 선별 등 전처리 과정을 통해 매립량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독일 등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발생 쓰레기를 재활용·불연성·가연성 등으로 분리해 재활용하거나 소각용 연료로 만들어 에너지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일본도 발생 쓰레기의 80% 이상을 소각용 연료로 만들거나 소각해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매립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경북대 환경공학과 김영주 교수는 "수거한 쓰레기를 전량 매립장에 묻는게 매립이 아니라 소각 후 폐기물 자원화 등 전처리를 통해 처리 잔재물을 최종 매립하는 게 매립의 원래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 등 각종 생활쓰레기를 매립장에 바로 반입하지 못하게끔 법으로 규제하고 재선별 작업을 통해 재활용 쓰레기를 걸러내 매립량을 최소화하고 2차 환경오염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매립지관리공사 이정주 사장은 "쓰레기도 자원"이라며 "단순 매립에 의존하고 있는 쓰레기를 선별·재활용하거나 자원화 과정을 거쳐 소각용 연료로 만들면 자원 및 에너지 회수가 가능해지고 매립량도 크게 줄어 매립장 사용 연한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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