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가 '챔프'됐다

입력 2003-01-24 10:37:35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재소자 출신 신인왕이 탄생했다.

박명현(23·충의소년단)은 23일 서울 창동고 체육관에서 열린 제30회 전국프로복싱 신인왕전 슈퍼페더급(58.969㎏이하) 결승(6라운드)에서 육군 탄약지원사령부 소속 운전병 김영준(21·은성체)을 심판 전원일치 판정(3대0)으로 물리쳤다.

재소자가 신인왕에 오른 것은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친지와 교도소 관계자 100여명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링에 들어선 박명현(170㎝)은 자신보다 10㎝나 더 크고 스피드도 앞선 상대에게 잇따라 안면 공격을 허용해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5라운드에는 상대 펀치에 왼쪽 눈을 맞아 눈 윗부분이 찢어지는 바람에 피가 눈에 들어가 시야가 흐려지는 악조건에서 경기를 벌어야 했다.

하지만 박명현은 개의치 않고 침착하게 상대 몸을 파고 들며 주특기인 오른손훅을 앞세워 연달아 깨끗한 복부 및 안면 공격을 퍼부었고 6라운드에서는 상대가 파울로 감점을 받은 덕분에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박명현은 고교 2년 때인 지난 97년 5월 인천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살인죄로 단기 5년, 장기 7년을 선고받은 수인(囚人) 신분이다.

하지만 98년 1월 천안소년교도소로 수감된 뒤 충의소년단 복싱부에 가입하면서부터는 새로운 인생길을 걷기 시작했다.

교도소의 배려 속에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30분, 오후 1시부터 2시간, 하루 모두 4시간 반을 복싱에 매달린 박명현은 운동을 통해 절제와 인내를 배워나가기 시작한 것.

또 지난 82년 링에서 숨진 김득구의 라이벌이었던 최한기(46) 감독의 지도도 큰 힘이 됐다.

이러면서 1급 모범수로서 착실한 수형 생활을 계속하고 있고 실력도 함께 부쩍 늘면서 현재는 복싱부 주장까지 맡고 있다.

박명현은 "고교 때 가출을 하는 등 그동안 부모님 속을 많이 썩혀드렸는데 복싱을 통해 정신을 수양하고 싶었다"며 "앞으로 유명우 같은 훌륭한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우수상에 뽑힌 박명현은 상금 200만원 및 우승 트로피와 함께 천안교도소로부터 23일 오후 4시부터 27일 오후 4시까지 특별 귀휴도 받아 5년만에 영종도에 있는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됐다.

또 천안교도소 관계자는 "내년 5월 만기출소하는 박명현이 앞으로 프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가석방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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