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것일까? 술 몇 번 마시면 없어질 지 모를 돈 200만원은 또 얼마만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까르르 웃기 시작한 남이=뇌성마비로 두 다리가 꼬였던 남이(본지 1월1일자 보도)는 다리를 풀어 주는 수술을 받은 후 영남대병원 7층의 마스코트로 변했다.
그저 쉼 없이 까르르 웃는다.
그 새 낯 익혀 친해진 어른 입원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불러댈 정도로 명랑해졌다.
이제 일부러 남이를 찾아 오는 어른 환자들이 적잖아졌을 정도. 옆자리에 있다가 서울로 병원을 옮긴 한 환자 가족은 치료비에 보태라고 10만원을 주고 가기까지 했다.
수술 전의 남이는 조용했고 말 수도 적었다.
잘해야 소리없이 희미하게 웃을 뿐. 그러나 "학교에도 갈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본 후에는 함께 사는 사람들조차 놀랄 만큼 달라졌다.
꼬였던 다리도 이제 거의 풀어져 머잖아 퇴원해 정말로 학교 갈 준비를 할 참이다.
지금은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단계.
남이를 전부터 아는 사람들은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남이가 보여줬다"고 했다.
그리고 그 희망을 주는 데 필요했던 사랑의 힘을 모두들 새삼 깨우친다고 했다.
대구 '룸비니동산'에 사는 남이는 영남대병원 장성호 교수의 헌신적인 인도로 새 삶을 열기 시작했었다.
◇딸이 돌아 온답니다=영구임대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1급 마비 장애인 김정대씨(본지 1월9, 16일자 보도)의 방 안에는 지난 16일부터 햇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전동침대가 들어온 후 12년을 괴롭히던 변비가 먼저 물러선 것.
"장애를 입은 뒤 10년 가까이 변비때문에 관장을 해야 했습니다.
누워서 밥을 먹다보니 장의 기능까지 떨어진 탓이었지요. 전동침대 덕분에 이제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장애때문에 얻었던 큰 병까지 고치게 됐습니다".
전동침대는 그의 몸을 일으켜 줘 혼자서도 휠체어를 탈 수 있게까지 됐다.
웬만한 집안 일도 할 수 있고, 식사를 늘 배달시켜 먹어야 했지만 이제 라면 정도는 손수 끓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런 중에 최근엔 집 나갔던 딸까지 소식을 전해왔다.
다시 학교에 다닐 것이란 얘기까지 학교 선생님께 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전동침대가 생긴 뒤 김씨는 지게차를 운전하던 기억을 되살리며 열심히 침대 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몸을 일으킬 수 있게 돼 근력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 안심제1복지관 이용득 과장은 "하도 열심이어서 김씨가 언젠가 마비를 딛고 일어설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할 정도"라고 했다.
"저는 평생 뒷걸음질만 쳤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 저에게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셨습니다.
이젠 정말 뭔가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돈을 벌어 갚을 수는 없겠지만 밝은 얼굴로라도 보답하겠습니다". 김씨의 얼굴엔 진작 웃음이 돌아 와 있었다.
그에겐 매일신문 독자들의 성금 등으로 마련된 전동침대가 지난 16일 전달됐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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