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마쓰이, 누가 더 셀까

입력 2003-01-23 17:40:15

소리없이 한·일간 거포 대결이 시작되었다.

24세의 야심만만한 최희섭(시카고 컵스)과 조용하고 원숙한 마쓰이 히데키(29·뉴욕 양키스)가 올 시즌부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무대로 자존심 건 승부를 펼치게 된다.

지난 99년 미국에 진출, 올 시즌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게 될 최희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미국으로 건너간 마쓰이는 비교 대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선수가 전혀 다른 경력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양대 리그의 올 시즌 신인왕 후보로 꼽히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같은 출발점에 선 그들 중 마쓰이가 앞서갈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 최희섭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던 노모 히데오가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다 한국의 박찬호에게 추월당했듯이 최희섭과 마쓰이의 운명도 같은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스토브리그를 맞아 하루라도 야구 이야기를 하지 못하면 좀이 쑤시는 미국의 언론들은 최희섭을 '시카고의 희망' '신인왕 후보 1, 2순위'로 평가하고 있다.

최희섭은 지난해 트리플A 아이오와 커브스에서 2할8푼7리의 타율에 26홈런을 기록한 뒤 9월에 메이저리그에 입성, 24경기에서 타율 1할8푼에 2홈런 4타점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다시 애리조나 폴리그 25경기에서 3할4푼5리, 8홈런을 올려 올 시즌에는 새미 소사, 모이제스 알루와 함께 컵스의 클린업 트리오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성적에서 보여지듯 195㎝, 110㎏의 거구이면서도 정교하고 힘있는 스윙, 1루수로서 민첩한 수비 동작이 그에게 높은 평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장벽도 만만찮다.

LA 다저스에서 30홈런, 100타점을 밥먹듯이 해치웠던 노장 에릭 캐로스가 팀 동료이자 강력한 주전경쟁 상대이며 메이저리그에 잘 적응하기 위해 그 자신과의 싸움도 벌여야 한다.

3할 타율, 30홈런으로 신인왕을 노리는 그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면서 신인왕에 오르며 중심타자로 자리잡은 친구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처럼 되고 싶어한다.

93년 데뷔후 96년부터 7년 연속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괴물타자 마쓰이는 항상 붉은 양탄자 위에 머물렀다.

일본의 명문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지난해에도 타율 3할3푼4리(2위)-50홈런(1위)-107타점(1위)을 기록, 타격 부문 2관왕, 개인 통산 3번째 MVP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홈런왕 3회, 타점왕 3회, 타격왕 1회를 차지했던 마쓰이는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소형차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에 이어 일본이 자신있게 내놓는 대형차이다.

186cm, 95kg의 체격에 일본 특유의 정교함과 힘을 고루 갖춘 그는 뉴욕 양키스에서 5번 타자, 좌익수를 맡을 전망이다.

양키스는 그가 40홈런 이상을 칠 것이라며 영입했지만 파워 피처들이 수두룩한 미국 시장에서 기대만큼 해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최희섭과 비교하는 것은 별도로 마쓰이의 성공 여부는 이승엽(27·삼성)과 국내 팬들의 관심사이다.

한국의 '국민타자' 이승엽은 올 시즌을 국내에서 뛴 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미국에 진출한 마쓰이처럼 내년에 태평양을 건널 예정이다.

이승엽은 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곧 미국 플로리다 마린스의 스프링캠프에 참여한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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