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땀으로 짓는 사랑의 보금자리

입력 2003-01-22 09:41:13

경북 경산시 남천면 삼성리에 가면 미국식 목조주택 단지를 만날 수 있다.

24채의 이 집들은 모양만큼 시공과정과 거주조건이 독특하다.

모두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회(해비타트:Habitat)'가 각계의 지원과 자원봉사, 입주자의 땀을 보태지은 것. 24가구 중 12가구는 2001년 입주했고 나머지 12가구는 2002년 9월 입주했다.

해비타트의 주택 신축에 자원봉사자들의 땀이 차지하는 부분은 약 30%. 보통 집 한 채를 짓는데 연인원 1천명(1명의 자원봉사자가 하루 일할 경우)이 투입된다.

숙련된 작업자라면 350명(연인원)이 해낼 수 있는 작업량. 여기에 입주 예정자는 의무적으로 500시간 노동을 보태야 한다.

학생, 노인, MT겸 참가한 기업체 직원 등 자원 봉사자의 계층도 다양하다.

자원 봉사자들의 업무는 운반 청소 막노동 등 대체로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의 건축현장 아르바이트와 성격이 비슷하다.

물론 집짓기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봉사 인증서'가 주어진다.

설계.감리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부분은 전문 시공업체가 담당한다.

여기에도 일정한 수준의 무상 지원이 포함돼 일반 시공비보다는 저렴하다.

이렇게 지어진 20평(계단 주차장 등을 뺀 실제 점유 16평)짜리 해비타트 주택 한 채의 분양가는 2천 700만원. 입주자는 15년에 걸쳐 매달 일정액씩 갚아 나가야 한다.

이자는 한푼도 없다.

20평 짜리 목조주택의 실제 건축비는 약 5천 400만원이지만 지원과 자원봉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셈이다.

전세계 83국에 건축됐거나 건축중인 해비타트 집과 비교하면 한국 해비타트의 집은 조금 비싼 편이다.

여름과 겨울 등 계절에 따른 기온차이가 커 냉난방 시설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집은 생각만큼 좁지 않다.

방 2개, 거실, 주방, 욕실, 다용도실이 있다.

공용면적이 한 치도 포함되지 않아 16평 집이 일반 분양 아파트의 22평쯤에 달한다.

입주자는 집만 소유할 뿐 대지에 대한 권리는 없다.

대지는 해비타트 소유로 돼 있다.

이사를 할 경우 집 값을 보상받고 대지는 반환하는 형식이다.

거주할 수 있을 뿐 집이 매매나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도록 한 장치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대구 경북 지회는 이 집들을 등기 신청과 동시에 근저당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입주자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저당 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주 대상자는 1개 동에서 1명씩 추천 받은 후 각계의 전문가들이 방문 실사를 통해 결정한다.

또 전체 주택 중 10%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한국 해비타트는 1980년 후반에 운동을 시작, 1992년 1월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을 이사장으로 추대해 공식기구로 발족했다.

1994년 필리핀 자원봉사를 통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확신한 참가자들이 의정부 첫 지회를 결성했다.

이후 지금까지 아산, 파주, 진주, 대구.경산, 군산, 태백 등에 400여 채를 지었다.

대구 경북에는 현재 28채가 지어졌다.

국제 해비타트는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십만 채가 넘는 주택을 공급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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