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국구. 지역구 '집안싸움' 불붙어

입력 2003-01-22 09:43:38

17대 총선을 1년 이상 앞둔 상황이지만 대구시내 일부 선거구를 놓고 국회의원들간의 쟁탈전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이 선점하고 있는 선거구에 지역 연고를 같이하는 전국구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지역은 이미 전국구 의원이 별도의 사무실을 내고 총선 채비를 서두르는 바람에 지역구 의원과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 수성을은 지역구인 윤영탁 의원에게 전국구 박세환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기존 사무실을 확대 이전한 뒤 "지난 총선때 (윤 의원에게)지역구를 양보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윤 의원이 양보할 차례"라며 지역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16대 총선 당시 지구당 위원장직을 자신이 맡고 있었지만 공천이 윤 의원에게 돌아가자 내심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윤 의원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당시 위원장직은 윤 의원이 국회 사무총장으로 가는 바람에 박 의원이 맡았던 것이지 박 의원이 대구에 무슨 연고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동구는 강신성일 의원과 전국구 박창달 의원간의 신경전이 뜨겁다.

지난 연말 동구로 지역구를 옮겨온 박 의원은 오는 24일 사무실 개소식을 가질 예정이다.

박 의원은 "선거구가 분구될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에 강 의원에게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의원은 자신이 지구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선거구에 박 의원이 버젓이 사무실을 낸다는 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갑의 김만제, 이원형 의원간도 미묘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국구인 이 의원은 최근에 김 의원쪽으로 가 있던 종전 자신의 조직을 재결성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김 의원과의 접촉도 마다하는 등 '마이웨이'를 통해 김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김 의원측은 "전국구 의원으로 돌아선다해도 향후 정치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고,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전국구로 등원한 뒤 박근혜 의원의 탈당으로 지역구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은 달성군의 손희정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향후 거취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대선전에 복당한 박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넘겨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의원측은 "(한나라당)탈당 당시 지역민들의 반감을 고려한다면 박 의원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박 의원의 지역구 복귀를 부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분구 가능성이 높은 구미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희망어린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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