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설마가 사실로

입력 2003-01-22 09:56:50

1981년 어느 날. 파리시내 곳곳에 나붙은 바다 배경의 포스터로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비키니 차림의 미녀가 다가오는 9월 2일에는 윗도리를 벗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9월 2일. 그녀는 약속대로 브래지어를 벗었고 시민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설마'가 '사실'로 변한 탓이다.

또 있다.

"오는 9월 4일에는 아랫도리도 벗겠습니다"는 약속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반신반의하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달랐다.

처음에 지킨 약속이어서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믿었다.

운명의 9월 4일.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뒷모습만 나체인 돌아선 모습으로….

우리 연예계에도 이런 종류의 배신이 많다.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든 사회당의 미테랑 정부를 비튼 광고포스터처럼 기대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벗긴 벗었지 않았느냐고 우롱부터 하려고 든다.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있다.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감'이다.

하지만 요즈음 일부 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들은 이런 기본적인 약속마저도 지키지 않는다.

툭하면 집단행동을 일삼고 "재충전…"등을 이유로 특정방송출연을 거부한다.

안으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저울질하면서도 밖으로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건다.

어느 특정개인이나 단체의 소유물이 아닌 국민의 재산인 방송을 극히 사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던 개그맨들의 갑작스런 집단 탈퇴가 그렇다.

어떤 명분이든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그렇지만 예상과는 달리 시청률 '대박'이 났다.

지난 19일 개편 후 첫 방송에서 무려 33.0%(닐슨 미디어리서치 조사)라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코미디를 지키고 싶은 시청자들의 애정기호다.

자신들을 소홀히 하고 무시한 출연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아니다.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대중이 있고….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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