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테크노-(4)타이완 신주공업단지 관리국

입력 2003-01-21 09:26:55

현장에서 만나는 첨단기업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고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관(官)'과 우호적이며 협조적인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맺느냐는 점이다.

R&D(연구개발)와 첨단제품의 생산은 애당초 기업을 시작할 때부터 '세계 최고에 도전한다'는 각오로 출발한 만큼 전혀 낯선 난관은 아니다.

요즘 첨단기업인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투자유치 문제도 솔직히 기술력과 시장성이 매력적이기만 하다면 투자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장래가 촉망되는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관(官)'과 관계를 맺는 일은 대부분의 첨단기업인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특히 연구실 등에서 R&D에만 몰두하다 기술력 하나 믿고 허허벌판(?)에 나선 엔지니어 출신들이 첨단기업 창업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 미뤄볼 때 어쩌면 관(官)과의 성공적 대외관계는 기술력 못지않게 기업성공의 핵심요소로 작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장을 하나 세우려고 해도 수십~수백 종류의 각종 서류를 갖춰야 하고, 관련된 관공서와 유관기관은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도 정책자금 지원, 수출·입 및 세금 등의 문제로 항상 수많은 관공서와 접촉을 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절차와 형식의 요구는 약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전세계에 공통된 현상일지 모른다.

그러면 도대체 국가나 지방의 행정분야 경쟁력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20여년만에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우뚝선 신주과학단지의 기업지원 행정과 우리나라와 대구·경북의 행정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관(官)'과 '기업'의 관계에 있어서 '중심'이 누구냐하는 데서 뚜렷하게 대비된다.

우리의 경우 중심에 관(官)이 강력하게 버티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답답한 것은 너희들(기업)이니 찾아오면 업무를 검토해 주겠다"는 식이다.

R&D와 생산, 시장확보 등 본질적인 업무를 감당하기에도 부족한 인원과 자본을 가진 신생 첨단기업들에게는 얼핏 당연해 보이는 관(官)의 이같은 요구는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결국에는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을 좌절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주과학단지와 관련된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신주단지 관리국은 철저하게 기업중심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신주과학단지 설립과 행정에 관한 법률(1979년 7월 제정)' 제6조 1항에 규정된 '과학단지 개발과 관련된 정책, 전략,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입주기업을 만드는 것이 관리국의 가장 큰 임무이기 때문이다.

관리국은 하나의 압축된 정부종합청사다.

과학기술연구증진, 투자, 재정계획과 실행 및 감사, 시장조사, 해외전문인력 유치 및 허가 등 직접적인 기업활동에 관련된 업무뿐 아니라 세금 감면·면제, 외환과 무역, 밀수방지, 경제인단체 조직·운영, 노동·환경, 국유재산 관리, 도시개발계획, 주택·공장 등 임차와 매매, 물류, 산학협력증진, 사회복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모든 기능이 한 곳에 통합돼 있다.

심지어 경찰과 소방 , 전력사용 허가 업무까지 관리국에서 수행하고 있다.

경찰관과 소방관 200여명을 포함, 관리국 전체 직원은 400명이다.

이 때문에 신주과학단지 입주기업들은 행정업무 때문에 이곳 저곳을 오갈 필요가 전혀 없다.

관리국만 통하면 공장설립에서 생산품 수출입, 세금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관리국은 기업의 잡무 부담을 더욱 줄이기 위해 CCAS를 비롯한 최첨단 정보화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련 부처간의 갈등이나 업무중복에 따른 혼란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관리국 직원 씨아 무 메이씨는 "관리국장이 각료급 지위를 인정받고 관리국의 정부내 위상이 확고해 업무추진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주단지감독위원회는 관리국 부국장과 학계 대표 및 내무부, 국방부, 재무부, 교육부, 경제부, 통신부, 환경부 등 거의 모든 정부부처 대표들로 구성돼 있어 원활한 업무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룡 경북대 교수(경북대테크노파크 단장)는 "중국 본토의 일부 지방정부가 타이완 모델을 지자체 차원에서 도입해 '원-스톱' 창구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특별행정기관으로서 신주단지 관리국 모델이 우리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이 모델을 응용한 중국식 방법으로라도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행정지원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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