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소중함 사람.짐승 다 같죠

입력 2003-01-18 16:14:50

곱상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사고 현장에서 응급처치 등 인명 구조활동에 임하는 당찬 모습이 더욱 믿음직스러운 문금옥(25.여) 문경소방서 문경파출소 소방사(구조구급대원).

문 소방사는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 한동안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소방사를 자원했다.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하다가 119구조구급대에 근무하면서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는 문씨다.

"지난해 7월 발령을 받고 근무에 나서자마자 그달 18일 문경새재 '제국의 아침' 촬영장에서 간이세트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13명이 중경상을 입은 일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당시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쿵쾅거리던 심장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고 당시를 기억한다.

당시 현장에 도착, 여기저기서의 아우성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당황한 자기를 보면 환자들이 믿음이 가지 않을까 싶어 침착하려고 무진 애를 썼단다.

문 소방사는 "소방서에 들어와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손이 필요한 곳이 너무도 많아 모든 면에서 만능탤런트가 되어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고 수줍은 듯 말한다.

소방관 6개월의 신출내기임을 강조하는 문씨는 "구조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던 것이 몇 달전 암소의 목이 울타리에 끼어있는 걸 구조하면서 모든 생명의 구조자임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아직은 모든 일이 서툴러 소방공무원 첫발을 딛던 그날의 마음 가짐을 되새기면서 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겠습니다". 문씨는 주변에서 보는 당찬 소방사라기보다는 마음 여린 소녀의 티가 역력했다.

문경.윤상호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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