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이 지난 3일 '불탈법 노래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10일에는 신고한 시민에게 보상금을 주겠다고 나선후 다른 지역에서도 단속과 관련한 긴장감은 상당폭 높아졌다.
과연 불탈법은 수그러들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15, 16일 이틀간 살핀 현장은 수성구청을 비웃고 있었다.
16일 밤 10시쯤 수성구청 바로 인접한 곳. 10여개 노래방이 밀집해 있는 '노래 골목'이다.
한 노래방에 들어서니 10여개 방 중 3, 4개 방에 손님이 차 있었다.
열려진 문틈 사이로 엿보인 2평 남짓한 노래방 분위기는 여성들과 손님들이 노랫가락에 취한 질펀함 그 자체였다.
잔뜩 취한 손님들이 이상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으로 봐 그 여성들은 접대부에 다름 없어 보였다.
단속같은 것은 아예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았다.
취재팀도 방을 차지하고 앉아 "여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종업원은 10분도 안돼 '아줌마 접대부' 2명을 데려왔다.
이름을 '영아'라고 밝힌 한 여성은 "지난해부터 이 생활을 시작했다"며 "하루 평균 2, 3개 룸에 들어가 술시중을 든다"고 했다.
함께 들어온 다른 여성은 "이혼한 뒤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과 노래방 접대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테이블에 술이 차려지고 노래가 몇 곡 흐르자 이 여성들은 "양주를 주문하자" "팁을 주면 야하고 화끈하게 놀아주겠다" "2차 가자"는 등의 은밀한 제안을 했다.
"단속이 두렵지 않느냐"고 했지만 "단속이 뜨면 바로 연락이 오기때문에 겁나지 않는다"고 태연해 했다.
"최근 단속이 심해졌지만 알음알이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꽤 있다"고도 했고, 이 여성들의 휴대전화는 줄기차게 울리기만 했다.
범어4동의 한 노래방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술과 아가씨를 요구하자 처음엔 "단속 때문에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지만 "전에도 한번 와 본 적 있다"고 하자 금방 태도가 바뀌어 "아가씨와 아줌마 중 어느 쪽을 부르겠느냐?"고 물었다.
이윽고 20대 여성 2명이 들어 와 술을 따르기 시작할 즈음 업소 주인이 들어왔다.
"단속이 잦으니 단속반이 닥치면 이 여성들이 일행이라고 말해 달라" "단속에 걸리는 즉시 컵에 있는 술을 마신 뒤 양주는 손님이 가지고 왔다고 말해라"며 세세한 행동요령까지 알려줬다.
취재팀이 돌아 본 수성구 범어동 일대 노래방 10여 군데 중 상당수에서는 술과 안주를 팔고 접대부도 고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구시내 노래방 1천900여곳 중 319개가 영업 중인 수성구에서는 지난해 경우 430여건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지만 단속이 시작된 지난 3일 이후 15일까지 적발 건수는 35건에 불과하다.
그것도 술 판매 등이 대부분이고, 접대부 고용으로 단속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수성구청 김영수 위생과장은 "신고보상금제가 시행된 지 며칠 지났지만 신고는 한 건도 없다"며 "노래방 불탈법을 막으려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노래방 접대부는 시민들이 더 원한다는 얘기일까?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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