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당선자 "北측 대표단 면담 용의"

입력 2003-01-16 19:24:17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측이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이 노 당선자와 면담을 희망할 경우 이에 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북측대표단의 노 당선자 면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측의 핵심관계자는 16일 "21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이 노 당선자와의 면담을 요청할 경우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며 북측 대표단과의 면담 가능성을 밝혔다. 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이와 관련, "아직 요청이 없어서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북측의 공식요청이 오면 면담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북측 대표단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북측의 김령성 대표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남북관계의 향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노 당선자의 핵심관계자는 "북한측에서는 현정부가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또는 새로운 합의사항에 대해 새 정부로부터 확인받고 싶을 것이 있을 수 있다"면서 "만나기를 희망해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선자쪽에서 먼저 북측 대표를 만나기 위해 나서거나 면담을 제의하지는 않을 방침"이라면서 "이번 장관급회담은 현정부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당선자의 신계륜 비서실장은 15일 MBN에 출연해서 대북특사의 파견시점과 관련, '취임직후냐'는 질문에 "제 생각은 그럴 것 같은데 상황을 좀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북한 뿐 아니라 어느나라에도 특사를 보낼 준비가 돼있으며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국방위 북핵사태 논의

국회는 16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의 NPT 탈퇴와 경수로 가동 문제 등 북핵 대책과 관련한 의견을 논의했다. 이준 국방부 장관 및 관련당국자들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북핵문제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특단의 대책마련을 정부에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사태의 조속한 진화에는 동감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의 테두리 안에서의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재자(Mediator)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와 당선자의 방침은, NLL을 사수하되, 선제공격은 하지말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4대 지침을 보는 듯하다"며 "이같은 방침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기 때문에 한미간 긴밀한 공동 협의하에 같은 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더 이상의 반미감정 확산 및 조장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Red Line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강창성 의원은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의 영구분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군으로 강력한 전투태세로 북한을 압도해야만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이만섭 의원은 "햇볕정책이 성공했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당연히 북한을 직접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에 보낼 특사를 통해 '북한이 고립되고 고통받기 보다는 핵개발을 포기함으로써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설득작업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NPT 탈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어떤 보상을 노리고 한 일인지 아니면 영구적인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 아직까지 명확한 사태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같은 당 박양수 의원은 "미국이 여전히 대화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으므로 향후 우리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 미국이 조속히 대북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노당선자-일외상 환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오전 중앙정부청사 별관 당선자 접견실에서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과 만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전격적인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불거진 한.일 양국간 외교 분쟁에도 불구, 일련의 북핵 사태를 논의키 위해서다. 전날 정부가 '분노와 실망'을 담은 강도높은 성명을 내놓고 김대중 대통령이 가와구치 외상과의 면담을 취소한 것과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였다.

이와 관련, 이낙연 대변인은 15일 "이미 꽤 오래전 약속이 잡혔기 때문"이라며 "북핵문제가 커서 나눌 이야기가 있고 무엇보다 노 당선자는 지도자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회동배경을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북핵 문제와 관련한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하고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한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에도 불구, 한.미.일 3국간 공조강화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대북 온건대응 방침을 시사함에 따라 한.일 양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교섭을 강화하기로 양측이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노 당선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재차 유감을 표명하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모색을 당부했다. 노 당선자는 지난 14일 이낙연 대변인을 통해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와 한국 등 인근 국가들의 비난이 연례행사로 되풀이 되지 않고 진정한 선린 우호관계가 구축되도록 하는 방안을 지도자들이 진지하게 논의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가와구치 외상은 북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경우 미.영.중.러.불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북핵 논의 과정에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5+2 협의체' 구축을 설명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문희상씨 "4천억 대북지원설 현정부가 털어야"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15일 4천억 대북지원설 의혹과 관련, "현 정부가 의혹 해소차원에서 털어버리고 가야 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청와대가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통치행위였다고 시인할 경우 그냥 덮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내정자는 이날 저녁 국회의원회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본인은 4천억 대북지원설과 관련해 아는 것이 전혀 없으나 현정부와 청와대는 알고 있을 것"이라며 "대정부 선언을 하든지, (국민에게) 고백을 하든지 해서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아는 DJ는 4천억 지원설과 관련해 오히려 누가 하자고 하면 난색을 표명하실 분"이라며 "그러나 법적으로 통치행위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고, 이같은 의혹에 대해 만약 청와대 측에서 밝힐 수 없다면 공개할 수 없는 통치행위가 있었다고 밝히는 등 입장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 정부가 '통치행위'로 규정한다면 국익을 위한 차원에서 덮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문 내정자의 이날 발언으로 대북지원설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공세와 청와대의 부정적인 반응 등 정치권에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올 전망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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