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우네사키 세이지(畦崎正之)씨와 아내 도시코(敏子)씨 부부는 히다치(日立)사로 유명한 히다치시에서 살고 있다.
부부는 각각 오카야마(岡山)현과 오사카(大阪) 출신으로 1971년 결혼한 후 이곳 이바라키(茨城)현의 히다치시로 왔다.
히다치시는 그리 크지 않은 항구도시지만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의 우수 인력들이 모여드는 히다치사의 모기업이 있는 곳이다.
우네사키씨는 올해 58세. 정년 - 히다치사는 60세가 정년 -을 앞두고 올 7월 HESCO라는 히다치사의 자회사로 발령받았다.
"아마도 리스트라(구조 조정으로 인한 퇴사) 당할 것 같아요" 라며 웃음을 짓는다.
밀 롤링 (Mill Rolling) 설계사인 그는 매일 오전 9시까지 출근해서 밤 10시가 되어서야 귀가한다.
기계설계 과장인 그는 조례와 회의로 하루 업무를 계획하고 오전 일과 후엔 45분간의 점심시간, 그리고 어떻게 보내는 지도 모르게 바쁜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세븐 일레븐'이란 말이 오전 7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는 일본 직장남성들의 출퇴근 시간에서 비롯됐는 얘기가 비로소 이해된다.
"젊었을 때는 정말로 미망인인줄 알았어요"라는 부인 도시코씨의 말에 우네사키씨는 "여자가 모르는 남자들만의 세계가 있고, 일은 힘들지만 즐겁지요…. 현재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전세계 무수한 경쟁업체들을 이길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이지만 쉽지는 않네요"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부터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세계가 그의 고객이다.
한국의 포스코도 주요 고객 중 하나. 10년전쯤엔 압정설비설계 SV(supervisor)로 포항의 포스코에서 약 6개월간 일하기도 했다.
그 이후 포스코(광양), 현대 등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
얼마전 대구의 한 회사와의 발주건으로 한국 출장을 다녀왔던 그는 "김치값이 예전에 비해 너무 비싸서 못 사온게 너무 아쉽다"고 했다.
"몸이 안 좋아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을 때 김치랑 밥이랑 먹으면 최고죠"라며 부인도 김치 예찬론을 폈다.
5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우네사키씨는 시간을 쪼개 산다.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화요일 밤과 일요일 오후엔 영어공부에 전념을 하며 작은 자투리 시간조차 자기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버블로 경제가 침체되는 것을 보면서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만들어 골프를 즐기며 기분전환을 한다.
"30, 40대 때는 버블시대여서 경제 성장과 함께 급여가 높아졌지만 5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버블이 붕괴되고 급여도 줄었지요. 하지만 집을 짓느라 대출한 은행대출이 끝난 후라 운이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정년 퇴임후의 계획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는 우네사끼씨는 탁구 선수로서 학생시절부터 오카야마현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고 한다.
입사 후엔 회사내에 야구팀을 만들고 수많은 대회에 출장하였으며, 다카마쓰미야(高松宮)배 이바라키현 챔피언으로 전국 대회에 출장하기도 했다.
요즘은 퇴임후의 바빠질 일정으로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아시아 문화교류센터의 자원 봉사자인 모리(森)씨가 벌써 그를 스카우트 하려고 열심이기 때문이다.
세계인으로서 자기발전을 위해 항상 공부하는 우네사키씨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우네사키씨는 고향 오카야마현으로 돌아가 어린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는 자원 봉사자가 되고 싶어한다.
무너져 가는 일본 청소년들을 바로 세우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 "생각만 해서는 안돼요. 직접 움직여야 해요"라는 그의 말엔 자못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우네사키씨의 부인 도시코씨는 외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일본문화를 소개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히다치시는 인구가 20만명도 되지 않는 중소도시지만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
2001년 현재 등록된 외국인 수는 1천400여명, 비등록 외국인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도 50여명이 훨씬 넘는다.
또한 도시코씨는 10년쯤 전부터 히다치사의 편집부원으로서 '판퐁(ぱんぽん)'이라는 책을 1년에 다섯 번 발간하고 있다.
"예전엔 뛰어 다니며 원고를 청탁하고 받아오곤 했는데 요즘은 전자 메일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해서 집에서 컴퓨터랑 씨름하고 있어요".
남편과 마찬가지로 매사 의욕적인 그녀는 요즘 노후를 위한 새로운 꿈을 키우고 있다.
"어쩌면 늦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그녀는 대중문화 기획자의 꿈을 펼치기 위해 지금 수많은 재능있는 젊은이들과 경쟁하려 하고 있다.
먼저 체력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공연 현장의 생동감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라이브 공연장에 열심히 다니고 있다.
또한 스스로 전문서적을 통해 이론적인 지식도 습득하고 있다.
"생각만 해서는 안돼요. 직접 움직여야 해요"라는 남편의 말을 되풀이 하면서.
"우리 부부는 정년 퇴임후의 생활이 훨씬 더 바빠지고, 멋질 것 같아요.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우네사키 부부에겐 은퇴 후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에 얼어붙은 일본의 겨울마저 따뜻하게 느껴지는듯 했다.
김주홍 (주)TEchAve 과장대리(현재 일본 히다치제작소 파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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