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부동산과 분배

입력 2003-01-16 19:52:46

아파트 1평 값이 경차 1대 가격인 시대를 맞고 있다.

서민들은 평생 돈을 모아도 제대로 된 집 한 칸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지난 2년간에 걸쳐 폭등한 아파트 값은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른 전세값을 맞추기에도 서민들은 허리가 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지만 내 집 마련을 못한 서민들에게는 시름만 깊을 뿐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가구당 한 채 씩의 집이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남의 집값이 오르면 내 집 값도 오르는 까닭이다.

이사할 때 조금만 신경쓰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매일신문 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민들의 자기 소유 주택 거주 비율은 6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가구중 4가구는 남의 집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우리는 분배가 왜곡된 한 단면을 본다.

정부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여러 가지 투기억제책을 쏟아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문제였다.

다주택 소유자들의 투기를 위한 다주택 수요 욕구를 줄이고 나아가 기존 다주택 소유자들의 물량 출하를 유도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는 것처럼 보이던 이런 정책에 대해 정부가 최근 '부동산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이런 점에서 긍정적이다.

2월 출범할 신 정부에 기대를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바로 분배 정의 실현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조세정책을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로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통해 부담을 주겠다는 것은 건설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바람직하다.

나아가 다주택 소유자의 경우 거래단계만이 아니라 보유단계 과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수년 단위로 나타나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그 혜택이 대부분 부유층에게 돌아간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주택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전세가 상승이라는 이중고통을 안겨준다.

반면 다주택 소유자는 전세값 인상 등을 통해 그 부를 고스란히 챙기고 주택에 대한 추가 구입 욕구를 갖게 해 준다.

분배의 왜곡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대구는 각종 주거문제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힌다.

주택 보급률은 2001년 말 현재 85.6%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중 최하위 수준이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8%(지난 해 12월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모든 것은 따지고 보면 아직 집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미분양 주택 물량이 가장 많은 곳 역시 대구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이루려는 정책의지가 절실한 때다.

정창룡(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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