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2월로 들어섰다.
보름후면 설 밑. 이때쯤이면 새해 신수(身數)를 보려는 사람들이 역술원으로 적잖이 몰려 간다.
점쟁이 겸 무당을 찾아 한 해 액을 없애겠다고 푸닥거리를 하는 할머니들도 적잖다.
한국 역술인협회 대구지부는 "철학관을 차려놓고 영업하는 역술인이 대구시내에 1천여명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이 받는 복채는 2만~5만원선. 그 중에는 영업이 안돼 간판만 내 건 곳도 적잖은 반면 유명해져 한달에 1천만원 이상 버는 역술인도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역술인과 별도로 점을 치고 푸닥거리까지 하는 '점쟁이'들도 적잖아, 한국 무속문화 총연합회 관계자는 등록 무속인이 대구 시내에만 3천여명 되고 비등록자도 수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구의 연간 시장 규모는 2천500억원 정도. 전국적으로는 1조2천억원대이며 전체 무속인은 5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대구의 무속인들은 평리동·봉덕동·신암동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으며, 일년간의 행운을 비는 재수굿은 50만~200만원까지 다양하게 받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인터넷에도 역술원 역할을 하는 '사이버 점집'들이 수백개에 달하고 나름대로 성업중인 곳도 많다.
이런 곳에서는 대체로 1천~5천원의 복채를 휴대전화로 결제케 하거나 사이버 머니로 받고 있으며 일부 공짜 서비스하는 사이트들도 있다.
무속인 최모(37·여·봉덕동)씨는 점 보러 오는 사람의 대부분은 상인,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고 특히 근래 들면서 남편·아내의 부정에 대해 묻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최씨는 "작년 11월에는 굿을 16번이나 했지만 12월에는 3, 4차례밖에 못했다"며, "대통령 선거 전후로 손님이 뜸해졌다"고 전했다.
팔공산 골프장 입구 계곡 '굿당' 인근 주민 권모(80) 할아버지는 "이곳에서는 평소 하루 20여 차례 굿이 열린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오전에도 이곳에서는 박모(65·대구 중구) 할머니가 "요즘들어 몸이 자꾸 아프다"며 굿 준비에 한창이었다.
비슷한 시간 영하의 기온에 칼바람이 체감온도를 더 떨어뜨리는 날씨였지만 대구 동화사 인근 기생바위 아래 계곡에서는 굿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큰 바위 앞에 촛불·과일·떡을 차린 후 김모(68) 할머니가 30여분 동안 징을 두드리는 사이 손모(57·여·수성동)씨는 두손을 모아 빌고 또 빌었고, 김 할머니는 양 손에 은빛 큰칼(일명 장군칼)을 들고 손씨의 몸 아래위를 훑은 후 '쨍'하며 부딪쳐 잡귀를 쫓았다.
굿을 마친 손씨는 두 살 난 손자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이 아이의 명이 길도록 굿을 했다"고 흐뭇해 했다.
누군가 "과학은 예측 가능성"이라며 과학의 발달은 인간이 미래를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21세기 디지털 문명 사회가 왔지만 현대인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 심한 불안감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무속인협회 장태문(65) 회장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의지는 그에 반비례해 나약해지는 것 같다"고 했고, 역술인 이장춘(62)씨는 "모든 사람이 역술이나 무속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팔공산 자락에서 '철학원'을 하는 차모(47·입석동)씨는 "무속이든 역학이든 남의 운명을 정확히 알 수 없고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벌려 해서는 안된다"며, "자신은 점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나쁜 얘기는 가급적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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