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영재교육 확대 방침이 발표된 뒤 학부모들의 마음이 더 바빠졌다.
"내 아이도 혹시…"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게 된 것. 이에 발맞춰 사설 '영재학원'들이 급증하고, 적잖은 부모들이 그런 학원으로 종종걸음 치고 있다.
◇영재교육 열기 얼마나?=대구시 교육청은 공교육에서의 영재교육을 수학·과학 중심에서 올해부터는 국어·외국어, 컴퓨터 정보 활용, 예술·문예·창작·철학·논리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925명을 뽑아 영재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교육청은 나아가 2007년까지 대구시내 전체 초중고생 40만명 중 0.5%인 2천여명으로까지 영재교육 범위를 넓혀 나갈 방침이다.
이에 덩달아 학부모들의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커져, 지난달 29일부터 영재교육원 입학 전형에 들어간 대구교육대 영재교육원 경우 총 60명 모집에 395명의 지원자가 몰려 6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사설학원들도 급증했다.
학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시내에 '영재학원'이라는 간판을 단 학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94년쯤부터이나 IMF사태를 계기로 시들해졌다가 작년부터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공교육권의 영재교육 확대 방침이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분석됐으며, 그 후 이 프로그램들에 들어가는 어린이들의 연령이 초교2년생으로까지 낮춰지는 등 폭도 넓어져 지산·범물지구에만도 올해 초 문을 연 ㅂ영재스쿨 등 10여개의 사설 학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 없이 학원들이 폭증함으로써 부작용이 빚어질 위험성을 가장 우려했다.
국내 경우 아직은 공교육에서조차 영재교육 기반이 미미한 수준인데 사설학원들이 그 어려운 과정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
대구교대 영재교육원 남승인 교수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영재원에도 표준화된 영재 판별 도구 개발, 영재 지도 교사 양성을 위한 연구·개발이 아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학원들이 영재교육을 상업적으로 악용할 경우 오히려 창의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한 학원 관계자도 "창의성을 키우고 활동적인 사고력을 육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추더라도 이를 소화해 낼 수준의 학생을 찾기 어렵고 학생을 찾더라도 전문적으로 가르칠 강사 구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중1년생 자녀를 뒀다는 김모(40·대구 황금동)씨도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아이를 영재학교에 보내려고 몇몇 학원에 상담했지만 대부분에서는 교재·프로그램이 경시대회 준비반과 별다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들도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는 등 의식에 문제가 있어 학원들이 쫓기는 입장"이라며, "단기간에 성적을 내지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보니 경시대회 실적 등을 위한 속진 수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어떤 대책 필요할까?=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영재성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인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를 바꾸지 않은 채 필요성·당위성만 내세워 영재교육을 확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했다.
또 영재 판별 도구 부족이 부모들로 하여금 터무니 없는 영재교육 열풍에 휩싸이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재를 판별하려면 영역·나이에 따라 전문적인 판별 방법을 사용해 창의성 등 요건을 평가해야 할 뿐 아니라, 영재성은 나이에 따라 바뀔 수 있기때문에 판별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런 장치가 없다보니 부모들이 헛욕심에 휘둘려 허둥거릴 위험이 있다는 얘기였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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