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현실과 판타지(fantasy)의 경계"라고 한다.
무대의 막이 오르는 순간, 관객들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판타지 그대로 받아들인다.
대중문화는 시대 공통적으로 판타지를 생명력으로 삼는다.
영화, 연극, TV, 광고, 대중음악 등 규모가 크고 화려할수록, 최근의 트렌드에 일치될수록 판타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즉 대중문화 각 장르들은 판타지를 생산하고 소비시킨다.
2003년 판타지의 위력은 더욱 강화될까?
△'판타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
지난 한 해 영화, TV, 출판, 게임 등에서 판타지의 돌풍은 대단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개봉 3일만에 전국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이 한겨울 스크린을 달구고 있다.
관객들은 마법 빗자루를 타고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함께 비행했고, 헬름협곡에서 벌어진 환상적인 전투에 전율했다.
판타지 동호회도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인터넷 사이트 다음(daum) 카페에는 판타지 관련 카페만 2천900여개에 이른다.
마법 정령 기사 신화 등…. 판타지적 소재를 다루는 이들 동호회는 최근 자신이 쓴 판타지 소설을 인터넷 상에 올리고 돌려 읽는 식으로까지 발전했다.
드라마 '야인시대'나 '장희빈'등의 성공도 판타지 경향의 산물로 설명될 수 있다.
'장군의 아들' '야인' '협객'식의 수사는 인간 김두한을 신화속의 인물로 대체시켰다.
과거 왕의 눈과 귀를 가리는 '요녀'로 그려졌던 장희빈은 암투가 난무하는 궁중에서 굳건하게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 간 '철의 여인'으로 탈바꿈했다.
판타지는 복고와도 연관성이 깊다.
'친구' '해적, 디스코왕 되다' '묻지마 패밀리' '품행제로' '남자 태어나다' '몽정기' 등은 80년대를 낭만적인 판타지로 추억한다.
달동네, 줄무늬 운동복, 태권 V, 교복자율화, 롤러장, 디스코 등은 이런 판타지를 이루는 요소다.
이런 영화적 판타지는 8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10대부터 40대에게까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판타지는 새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낳은 트렌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각박한 현실에서 짧은 순간이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고 정신적인 위안을 안겨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그리고 전망
환상은 때로 논리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다.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대중문화가 가진 판타지적 요소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판타지가 환상의 세계를 다룬다고 해서 현실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상의 세계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기술이 발달될수록 판타지는 더욱 발전한다.
마법이나 환상의 세계가 디지털 영상에 기대서 승승장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리얼리티와의 관계에서 판타지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일단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리얼리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문학이든 영화든 장르를 불문하고, 오직 강력하고 자극적인 환상의 세계만을 탐닉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얼리티가 결여된 판타지는 설득력을 잃고 허무맹랑한 것이 된다는 측면에서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건강한 리얼리티를 찾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주형일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허구적 동화, 무협, SF물 등 모양만 달리했을 뿐 판타지는 대중문화의 본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의 리얼리티가 부정적일수록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판타지가 가진 허구적 리얼리티에 몰입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