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개헌론 공론화 조짐

입력 2003-01-14 19:09:31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13일 "이제는 내각제를 논의할 시기"라며 공론화를 시도하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내각제 개헌론이 힘을 얻고 있어 내각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앞으로 권력구조 문제는 국민의 변화 욕구와 함께 가야 한다"면서 "여야 합의만 되면 둘 다 받아들일 것이며, 둘 중에 하나라도 되는 것이 아무 것도 안 되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도 이달 초 내각제 추진의사를 피력하고 당내 일부 의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내각제 문제를 다시 거론하고 나선 배경에는 무엇보다 당내에서 입지가 약해진 구주류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당선자의 눈 밖에 벗어나 있는 구주류측은 최근 일고 있는 당내 정치개혁 소용돌이 속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내각제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내각제 개헌론은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보수대연합 전선에 동참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는다는 측면에서 구주류측에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 정치구도의 일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일련의 개혁분위기 속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구주류측에게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 총재의 도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론 문제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의 경우, 노무현 당선자와 신주류측의 반발이 예상되고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06년 이후에 내각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노 당선자는 즉각적인 실행에 대해서는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신주류측에서는 개혁활동에 반동하는 해당행위로까지 비화하고 나섰다.

신주류측의 한 인사는 "한나라당의 보수세력들이 물타기용으로 전개하고 있는 수단을 어떻게 우리당의 대표라는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가"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도 이 총무의 내각제 개헌 발언에 대해 "우리당이 현재 필요한 것은 내각제가 아니라 전면적인 인적청산을 통한 당 쇄신"이라며 일축한 바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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