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브랜드'이렇게 키운다-제일모직

입력 2003-01-13 09:46:27

제일모직은 '혁신기업'이다.

기술혁신으로 170수 양복지 '란스미어(LANSMERE:양모) 220'을 개발했고 구조혁신으로 'IT소재 산업' 메카로 발돋움했으며, 생산혁신으로 괄목할만한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기술, 구조, 생산혁신은 결국 지난 2000년과 2001년 창사 이래 연거푸 최대 흑자를 내는 쾌거를 거뒀다.

제일모직의 기술력은 '란스미어 220'이 대표한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란스미어 220'은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력이 집적된 꿈의 양복지다.

옷을 입어도 걸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부드러운 복지. 양털 1g으로 170m의 실(170 수)을 뽑아내는 첨단 방적기술이 적용된 때문이다.

호주에서 연간 200kg만 생산되는 220수 양털원료도 첨단제품 생산의 밑거름이 됐다.

양털 '220수'는 975등급으로 나눈 원료중 최고 등급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에 불과한 12.7미크론 양털을 말한다.

섬유기술사들이 원료구입에만 6개월, 제품개발에 6개월의 정성을 쏟아부은 뒤 '란스미어 220'을 탄생시켰다.

양복 한벌에 약 2천만원의 가치를 갖고 연간 생산 가능량이 50여벌에 불과하다는 점은 원료의 희귀성과 제품의 첨단성을 잘 드러낸다.

제일모직의 미래는 '정보통신(IT) 소재'로 대변되는 차세대 핵심사업이다.

54년 창업 이래 근간이 되는 직물사업을 기점으로 80년대 패션, 90년대 화학(케미컬)에 이어 2000년대엔 전자재료사업에 역점을 두고 집중 투자에 나섰다.

지난 96년 반도체회로보호 외장재(EMC)를 첫 출시한 뒤 지난해 초 경북 구미사업장에 첨단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IT소재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재 생산중인 주요 제품은 반도체 연마제(CMP Slurry), 전자파 차폐재(EMS), 2차전지용 전해액 등이다.

휴대폰, 노트북PC, TV브라운관, 캠코드, 전화기 등에 사용되는 이들 제품은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재다.

IT소재사업은 지난 2001년 제일모직 전체 매출액 1조7천여억원 가운데 2% 정도인 400여억원에 불과했지만 2005년엔 매출액 4천200억원, 세전이익 1천억원의 효자사업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안되는 사업은 문닫거나 아웃소싱하고 될만한 사업은 집중 투자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일모직은 IT소재 공장과 연구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일모직의 이같은 혁신과 발전의 동력은 '제일모직 신 생산시스템(NCPS;New Cheil Product System)'에서 비롯됐다.

추상한 상무는 "IMF가 위기로 다가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했다"며 "98년 도입한 NCPS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지난 98년 핵심 기술자와 임원 200명을 통해 일본 '도요타생산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품질·납기(PQS)를 위해서는 구조의 탈바꿈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해서 도입된 것이 바로 △생산구조 △제품구조 △원가 △스피드 △조직문화의 혁신시스템이었다.

생산구조의 혁신을 위해 '제일모직 개선학교' '분임조 활동 및 사원제안제' 도입과 함께 생산공정의 분사화(소사장제)를 추진했다.

특히 직물공정중 노동집약적인 소모(실 씻고), 방적(실 뽑고), 제직(실 짜고) 등 17개 단위공정을 사내 직원들에게 분사했다.

염색이나 가공 등 핵심 공정을 통해 품질수준과 생산성을 높였다.

사원제안제를 통해 2억원 이상의 효과를 내면 300만원, 1억원 이상 200만원 지급 등 방식으로 성과보상을 실시했다.

차세대 핵심인 전자재료사업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도 생산구조 혁신의 하나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섬유기술사 12명, 기술사보 10명 등의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세계적 기술고문을 유치한 것은 제품구조 혁신의 밑바탕이 됐다.

특히 각 공정별로 주요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이 현장에서 체험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주는 '핵심기술사 제도'는 최고급,차별화 제품개발의 밑거름이다.

'란스미어 220' 개발 등도 결국 제품구조 혁신의 결과물이었다.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공비를 줄이면서 원가를 대폭 절감, 원가혁신을 이뤄냈다.

일본 도요타 생산방식을 접목해 간이 자동화, 다기능화, 공정표준화를 통해 제조원가를 지난 99년 30%, 2000년 10%, 2001년 10%, 2002년 10%씩 절감했다.

단납(주문 30일이내 납품) 대응력 향상을 통한 스피드 혁신과 명확한 비전, 투명경영, 성취감 고취 등을 통한 조직문화 혁신도 제일모직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이같은 '5대 혁신'을 통해 지난 97년 570억원, 98년 8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걷던 직물사업을 2001년 150억원, 2002년 약 230억원의 세전이익을 내며 고성장 기조로 끌어올렸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