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회에서는 모든 경쟁력의 뿌리가 되는 창의력이 가장 중시되고 있다.
많은 지식을 갖추기보다 한 가지라도 남이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그 때문에 나온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상상력이 없고 창의적인 생각에 바탕을 두지 않은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도 두 사람의 수상자를 낸 일본은 허황하리만큼 창의적이고 불확실한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우리의 교육 풍토는 여전히 21세기가 요구하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는 거꾸로 가는 감이 없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사설 학원은 공교육을 무력화시키는 차원을 넘어 급기야 그 우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느낌이다.
뒤죽박죽의 교육 정책은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를 가속화시켜 왔고,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나서 점수만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나 연간 26조원에 이르고, 공교육의 공동화(空洞化)는 방치 상태이다.
▲중·고생의 절반 이상이 혼자서는 공부하는 게 불안하거나 혼자 공부할 수 없을 정도로 '학원 중독'이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연구위원이 학생·학부모·교사 7천86명을 상대로 조사, 중·고생의 45.6%는 '혼자 스스로 공부하기에는 불안하다'고 응답했고, '혼자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도 8%나 됐다 한다.
하지만 학생의 39%는 학원 수업을 받으면 오히려 학업 성적에 대한 불안감과 긴장감이 높아지고, 경쟁심도 더 생겨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학생·학부모의 절반 이상은 적어도 한 달에 한번 이상 학원 강사와 상담하고, 과반수 이상의 학생이 학원 수업이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학원 숙제를 학교에서 한 적이 있는 경우마저 68%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중·고생들은 학원 수업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독립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거나 크게 약화돼 '학습 의존형' 공부에만 길들여져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사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창의력을 길러주기보다 되레 죽이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입시를 겨냥한 선택형 시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창의성은 여러 말 할 것 없이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 폭넓게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서 나온다.
타율적으로 강제된 공부는 결코 창의력을 높여주지는 못한다.
이제 '학교'는 그 이름만 남아 있을 뿐 '교육'이라는 알맹이가 날아가 버린 '공교육의 슬픈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