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주쥔(孫竹君·58)은 중국 저장성(浙江省)가무단원(歌舞團員)으로 지난 1993년까지 노래를 부르다 현재는 항저우(杭州)에서 '주쥔패션예술유한공사(竹筠時裝藝術有限公司)'의 대표로 중국 전통의상 사업가이다.
중국에서는 50대 후반의 나이라면 대개 손자 재롱이나 보면서 친구들과 잡담하는 등으로 소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쑨 사장은 하루하루를 바쁘게 일하며 지낸다.
아침 8시부터 디자인, 매장 관리와 감독, 소재 선택 및 구입, 공장관리, 손님 접대와 계약 등으로 분주하게 보내고 저녁 7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주쥔(竹筠)'은 길거리 가판대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항저우뿐만 아니라 저장성 일대의 유명한 전통의상 브랜드로 각 언론 매체들이 다투어 취재하여 소개되고 있다.
처음 만나 본 쑨 사장은 중국 영화에서나 흔히 보던 요염하면서도 푸근한 미모의 여성이었다.
화려한 빛깔의 옷차림으로 자기를 자신감 있게 표현할 줄 아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 주변사람들로부터 '천생여질(天生麗質:태어날 때부터 미인)', '옹용화귀(雍容華貴: 온화하고 점잖으며 귀한 티가 나다)'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미인인 그녀는 외모만으로는 고생하지 않고 곱게만 살았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보니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혼과 실직 등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녀는 봉건적 사고의 전 남편과의 성격 차이로 이혼한 뒤 문화대혁명(1966~1976)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산당을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야만 했었다.
이후 재혼한 그녀는 문인인 남편이 문화혁명 당시 반혁명에 관한 글을 투고한 일이 계기가 돼 반동분자의 아내로 낙인찍혀 거리에서 힘겨운 노동을 해야만 했다.
늙고 병든 시부모와 아이들을 돌보며 반(反) 혁명자로 몰려 고생했던 몸서리치는 경험을 그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지나간뒤 다시 가무단에 복귀한 그녀는 그러나 47세 되던 93년초 실직했다.
저장성 가무단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나이많은 단원들이 1순위로 무대를 떠나야 했던 것. 7세때 가무단에 입단한 이래 40년간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며 살아온 그녀에겐 크나큰 상처였다.
"도대체 무대를 떠나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함께 치파오(旗袍: 여성 전통의상) 가게에 갔다.
가수 시절, 전통의상을 입을 기회가 많아 치파오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당장 주인에게 이튿날부터 와서 도와주겠다고 제의를 했고 주인도 허락했다.
이후 그녀는 손님들에게 옷도 골라주고 틈틈이 치파오 만드는 방법도 배워가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독립하기로 마음먹은 그녀는 93년 그해 길거리 가판대에서 옷을 팔기 시작했다.
"팬들의 사랑을 받던 유명가수가 어떻게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느냐, 체면 상하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지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참아가면서 본격적으로 전통의상에 관한 이론공부를 하는 한편 아름답고 편안한 옷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개발에도 전력투구했다.
그렇게 노점에서 출발한 '주쥔'은 현재 항저우에 본점과 12개의 분점, 상하이(上海)에 면세점과 4개의 분점을 두고 있으며, 기타 지역에도 분점을 늘리고 있다.
또한 그녀는 저장성 인민대회당 치파오 근무복, 항저우시 인민정부 시장 등 지도자급 탕좡(唐裝:중국 전통 복장), 상하이시 민족악단 무대복, 저장성 TV방송국과 항쩌우 TV방송국 아나운서와 사회자들의 탕좡, 항저우 가무단과 저장성 가무단원들의 무대복 등을 만들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항저우의 부촌 지역에 있는 별장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
가족은 천(陳)씨 성을 가진 70세의 남편과 모두 가정을 이룬 3명의 자녀. 남편은 쑨 사장과 함께 '주쥔'의 공동대표로 일하며 사업계획·광고·디자인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결혼한 큰딸과 개인사업을 하는 아들은 전처 소생이고 패션디자이너로 주쥔의 디자인 실장인 막내딸은 그녀가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우리 부부는 각자 자식이 있는 상태에서 재혼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자녀를 친자식으로 알고 사랑으로 키워왔지요. 자식들도 우리를 공경하고 각자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어 주변사람들이 많이 부러워들합니다".
중년의 나이에 인생의 길을 바꿔 역동적인 50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를 "주어진 일을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모든 일에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소개했다.
지난 날엔 중국의 전통 대중가요인 민젠민꺼(民間民哥) 가수로서 음악세계를 넓히기 위해 서양의 성악 발성법 등을 공부, 그녀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었고, 지금은 중국 전통의상 사업가로서 아름다우면서도 시대에 맞는 입어서 편안한 옷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오늘날 '주쥔'이라는 브랜드로 성공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수시절엔 주는 월급 받으면서 무대에서 노래를 불러 팬들의 박수를 받는 것이 보람이었죠. 지금은 50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가로서 국가를 위해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 애국하고 있으며, 또한 중국 전통 민족의상의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켰다는 사명감과 '주쥔' 옷을 입고 기뻐하는 고객들을 보며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녀는 사업으로 정신없이 바쁜가운데서도 티베트 등 중국의 변방 주민들을 위해 해마다 무료로 옷을 제공하면서 소수민족들을 돕기도 한다.
쑨주쥔 사장은 개인적인 불행을 딛고 일어나 사회적으로는 사업가로서, 가정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두루 성공을 일군 여성이었다.
허정숙(항저우 거주·자유기고가) lianhuacha@hanmail.net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