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8일 새 정부의 재벌개혁방향을 둘러싸고 재계와 갈등 조짐을 보이자 해명에 나서는 등 조기진화에 나섰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재벌개혁이 특정재벌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우려를 낳자 노 당선자는 이날 직접 "재벌개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며 재계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노 당선자는 8일 오전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을 통해 "특정 재벌을 표적으로 삼는 일은 없고 장기적, 점진적, 자율적으로 (재벌개혁을)추진하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힌데 이어 오후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을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노 당선자의 재벌정책이 논란을 빚은 것은 사실 노 당선자가 당선직후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대부분 그동안 재벌개혁에 적극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은 "인수위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계열 분리와 관련해 공식의견을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그동안 인수위 주변에서 거론되고 보도된 여러가지 재벌개혁 방안들은 인수위의 확정된 방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재벌개혁에 관련된 사항들은 대부분 입법사항"이라며 "서두른다고해서 될 수도 없는 것이고 노 당선자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며 입법이 필요한 사항도 장기적 비전이나 계획을 목표로 제시해서 기업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정부는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국민적 합의부터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노 당선자가 직접 새 정부의 개혁이 특정 재벌을 겨냥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 당선자가 재계달래기에 나선 것은 집권초기부터 재계와 불편한 관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서도 대기업의 투자확대 등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불필요하게 경제계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오는 14일 대기업 투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에 대한 재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투자확대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종의 속도조절론인 셈이다.
이는 현재의 정치적 상황으로는 적극적인 재벌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이날 김 부위원장이 개혁조치들이 대부분 입법사항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은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을 십분 감안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개혁법안들을 처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단계적,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3가지 원칙이 나온 것이다.
재벌개혁은 장기과제로 꾸준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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