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같이'일부
처음 무엇에 대한 만남이란 언제나 설레고 열기에 들떠 있는 바람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미나 튤립의 여인 같은 만남이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딘가 속기를 벗은 연꽃의 만남은 다르다.
그것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만나고 오는 바람은 더욱 다르다.
달관과 관조가 스며있다.
권기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