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브랜드'이렇게 키운다-LG전자

입력 2003-01-08 16:02:24

'생산혁신 부문 대통령상' '한국능률협회 선정 대한민국 제조경쟁력 우수공장' '2년 연속 혁신활동 우수 사업장(LG그룹 전자부문)'.

지난 한 해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 및 미디어 사업본부 구미공장이 획득한 큼지막한 타이틀들이다.

LG전자 구미 TV공장의 이같은 '결실'에는 다른 기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직원 상·하간의 화합과 혁신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바탕에 깔려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1997년 IMF 경제위기. 당시 LG전자 구미 TV공장(현직원 2천700여명)에서는 1천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해고가 이루어졌다.

비록 전국적 현상이긴 했지만 '믿었던 직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은 LG전자 직원들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21세기 지식경제 경쟁력의 핵심인 자발적인 혁신이 뿌리내리기엔 너무나 척박한 상황이었다.

'1등답게 재미있게 LG답게'란 슬로건을 구체화 시키기 위해 구미 TV공장은 2001년과 2002년 전문가를 초청해 그룹장(부장급)을 대상으로 카운셀링을 실시하고, 전직원 설문조사를 벌였다.

상·하 직원간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조직을 다시 하나로 모아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작업이었던 셈이다.

상·하간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20가지 각종 옵션이 적힌 '쿠폰'을 도입했다.

부하직원은 '커피 마시고 싶다' '이야기 좀 하자' '밥 사달라'… 등의 요구조건이 담긴 쿠폰을 제시하면 담당 부서장은 모든 일에 우선해 부하직원의 요청을 들어주어야 한다.

사소하지만 서로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쿠폰'이 제공하는 것이다.

TV R&D(연구·개발) 분야의 경우 전체 직원 400여 명 가운데 2001년 이후 입사한 신입사원이 100여 명에 이르자 업무를 위해 e메일을 주고 받을 때 얼굴사진을 함께 띄워보내고 있다.

새로 들어온 '가족'들에게 서로의 모습을 알리는 첫 단계다.

또 매달 한 번 이상 구미 TV공장과 협력사 직원 중 MVP를 선발해 그 가정으로 꽃다발 등을 선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경쟁력 있는 직장생활에는 가족들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상·하 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 모두 'LG가족'이란 강력한 유대감이 형성되자 LG전자 구미 TV공장은 2001년 'ZIP 120'이라는 독특한 혁신운동을 시작했다.

'압축적인' '활기찬'의 의미를 담고 있는 'ZIP'란 단어에 '120'은 혁신활동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4개월을 뜻한다.

△12~1월:아이디어 창출 및 계획 △2~5월: 실행 △6~7월:상반기 평가(리스크 관리), 하반기 목표수정, 내년도 계획 △8~11월:혁신활동 집중 몰입 순의 1년 사이클 속에 2회(8개월)의 'ZIP 120' 기간이 포함된다.

'ZIP 120' 운동이 정착됨에 따라 지난 1999년 LG전자 경영혁신활동을 총괄하는 상설조직이 된 '슈퍼A'의 달성도 현실로 다가왔다.

'슈퍼 A'는 합리적 연간목표(매출, 순익)와 달성이 어려운 혁신목표를 따로 세운 뒤 혁신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적 인적 자원 등을 충분히 지원하는 제도. 혁신목표를 달성했을 땐 수천만원~수억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지난 해 최고 혁신팀으로는 엑스캔버스 프로젝션TV 개발팀이 선정됐다.

'1등 LG'를 향한 끊임없는 변화노력은 지난 해 12월16일 그룹장(팀장)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구미 TV공장에서 처음 실시된 디지털 혁신학교(KIST: Kumi Institute of Self Transformation)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사내교육이 주로 생산성 향상과 현장개선에 중점을 둔 주입식 군대식이었다면, 21세기 지식경제형 디지털 혁신학교는 '창의력'과 '실행력' 향상을 지향한다.

입교 첫날은 전문가의 강의와 고객 인터뷰, 인터넷 및 서적 탐색을 통해 미래상황을 예측하고, 둘째날은 예측을 바탕으로 목표설정과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 생산,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다.

셋째날 새로운 계획과 현재 프로세서간의 차이(gap)를 분석하면, 마지막 날은 자연스럽게 '변해야 할 모습'이 나오게 된다.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교육이 디지털 혁신학교의 핵심이다.

최용제 슈퍼A 그룹장은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스스로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디지털 혁신학교 교육 대상을 구미 TV공장 전사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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