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비서실장 문희상의원

입력 2003-01-08 16:07:21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인선에 착수하고 대통령직인수위도 청와대 비서실 개편 작업에 나서 청와대 진용에 대한 밑그림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8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문희상 민주당 최고위원, 정무수석에 유인태 전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혀 정치형 비서실장의 임명을 확정지웠다. 이와 함께 '정무-정책'의 이원화를 중심으로 한 청와대 비서실 개편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치인 비서실장=노 당선자가 지난 6일 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무기능은 정무수석만으로 미흡한만큼 비서실장에게 정치권의 여러 조정역할을 맡기겠다"며 전.현직 의원의 '정무형 비서실장' 기용을 언급한 뒤 이틀만에 문 최고위원과 유 전 의원의 임명을 확정했다.

문 위원의 청와대 비서실장 기용은 국회와 여야 관계 등 정치권내 여러 조정 역할을 정치인 실장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낙연 대변인은 "당선자는 비서실장이 정무분야를 맡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국회 관계와 정무역할을 두루두루 수행토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재선인 문 위원은 민주당 경기도지부장과 국회 아.태 정책연구회장을 역임했으며 당 최고위원과 대선기획단장을 맡아왔다. 문 위원은 당내에서 한화갑 계보로 분류되지만 모나지 않은 정치 행보를 걸어왔으며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대통령 정무수석에 있으면서 당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들과 정례회동을 갖고 시국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특히 현 여권은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정무라인'을 맡을 적임자라는 평이 나돌았었다.

정무수석에 내정된 유 전 의원의 역할도 대야 관계에 맞춰져 있다. 문 비서실장 내정자와 함께 여야를 아우를 '투톱'으로 유 전 의원을 기용한 것이다.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와도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으며 이런저런 인연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8.8 재.보선에는 민주당 당적으로 서울 종로구에 출마, 낙선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유 내정자는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4년 5개월 복역한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으며 지난 87년과 90년 대통령선거 후보단일화 국민협의회 상임위원과 야권통합추진회의 운영위원을 역임한 뒤 96년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원기 고문의 경우 아직 청와대 기용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당선자 측근으로 정치자문 역을 계속 맡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김 고문의 경우 어떤 이름이든 공식 직함을 달고 정치자문 역을 맡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청와대 기용설을 뒷받침했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인수위는 청와대 직제를 '정무형 비서실'과 '정책형 기획실'로 이원화시키는 비서실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청와대 역할을 정무와 정책으로 나눠 각자의 기능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청와대 비서실 개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또 비서실 밑으로 정무, 민정, 공보, 총무 파트를 둬 정치적 업무 외에도 홍보 역할과 청와대 일반 관리역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정책기획실 산하에는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프로젝트 별로 분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인수위와의 연속성 차원에서 현재 인수위 김진표 부위원장과 간사(김병준·이정우·김대환·권기홍·이종오 교수), 김한길 기획특보의 정책기획실장 기용설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낙연 대변인은 "청와대의 대폭적인 직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으며 비서실 차장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당선자는 내실있는 변화를 비중있게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문희상의원 일문일답

새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8일 중앙당 기자실을 찾아 "향후 비서실의 기능 중 총무·공보·정무·정책총괄 기능만을 비서실 고유의 업무로 하고 나머지는 각 행정부에 일임하겠다"며 대통령 비서실 업무의 대폭축소 방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문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언제 인수위로부터 내정 연락 받았나.

▲어제 노 당선자와 청와대 비서실장의 업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많은 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당선자가 맡아보라는 말대신 적당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내심 안타까웠다. 오늘 아침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비서실 기능에 대한 구상을 밝혀달라.

▲현재 비서실은 외교, 안보, 국방, 정무, 총무 등 행정부의 모든 업무에 관여해 사실상 행정부의 위에 군림하는 형상이다. 이에따라 각 행정부는 비서실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의 전권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변하게 됐다.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총무, 공보, 정책, 정무 업무 이외의 다른 업무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관여치 않는 업무 파트의 전문 수석들도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본다. 여하튼 비서실이 각 정부기관에 자연적으로 '오더'를 내리는 관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다.

-이외에 필요한 비서실의 업무가 있다면.

▲사정 기능이 필요하다. 선거 기간 중 비리수사처 신설을 공약한 사실도 있다. 권력기관 및 인사들의 친인척 비리를 포함한 모든 비리를 처리할 사정기관이 있어야 하고 이 기능을 비서실 업무에 포함시켜야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야 관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숫자상으로 약한 현실을 감안해 미 의회와 대통령의 관계처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여야 대표급 인사와 수시로 만나는 대화채널 가동을 정례화 할 것이다.

-정치개혁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개혁특위 멤버라면 말하겠지만 비서실장의 위치에서는 함부로 말하지 못하겠다. 다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은 변함없다. 낡은정치 청산과 세대교체를 해야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

박상전기자 mickypark@imaeil.com

▷민주당 국방·안보전문가 고갈 우려

민주당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칭. 위원장 조승순)는 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특위 구성 후 첫 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이 강경일변도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핵개발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는 한편 당내 국방안보 인물의 고갈상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북핵 사태 대응책 논의와 관련해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이날 "북한의 핵사태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당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주변국 및 미국과의 외교적 해결방안을 원칙으로 대화와 타협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위는 이를 위해 당선자 특사를 미국에 파견하기 전에 당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외교단 구성한 뒤, 외교선발대를 우선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서는 또 지난해 중순부터 국방분과위원회 인사 전원이 탈당한 것과 관련, "민주당의 국방안보 인물은 현재 고갈 상태"라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노 당선자의 국방안보 및 대북정책을 뒷받침 할 인사발굴에 힘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특정재벌 겨냥한 재벌개혁 아니다

이낙연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은 8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특정 재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이 대변인은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특정기업이나 재벌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배구조 개선이나 계열분리도 마찬가지"라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고 무리하게 할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입법을 하더라도 급격하게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노 당선자는)원칙적으로 기업이 자율적 변화를 추진하면서 이런 변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점진적, 자율적, 장기적 이 세가지가 기본 컨셉이며 지배구조 개선이나 계열분리는 장기적인 과제로서 급격하고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선자 대변인이 이처럼 재벌개혁에 대해 해명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이 노 당선자의 재벌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히고 나서는 등 재계가 새정부의 재벌개혁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정부와 재계간의 갈등기류가 조성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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