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 녹인 '함께하는 삶'화제의 2인-권영호 인터불고 회장

입력 2003-01-08 15:59:01

대구 인터불고 호텔 권영호(62) 회장은 전세계 20개 계열사에 3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 총수이다.

사업 본거지는 스페인 라스팔마스에 뒀지만 한국.중국 등 세계 곳곳에 사업장이 있다.

40여척에 이르는 그의 원양어선은 오대양을 누비고 다닌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 오면 10년 넘은 엑셀 승용차를 스스로 운전하고 다닌다.

앙골라 대통령이 2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 김포공항으로 영접 나갈 때도 권 회장은 그 엑셀을 끌고 갔다.

한국 주재 앙골라 명예총영사로 청와대 환영 만찬에 초청돼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일을 두고 주위에서는 "대통령 초청을 받아 청와대에 가면서 엑셀 정도의 차를 몰고 간 사람은 그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휘하 회사 임직원들에게도 1천500㏄ 이상 차를 못타게 한다.

자동차는 신분 과시용이 아니라 교통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에게는 전속 운전기사도 비서도 없다.

대구~서울을 오갈 때는 주로 열차를 탄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항공료와 열차비가 6만5천원 정도 차이 나기때문이다.

그 정도 돈이면 쌀 30kg를 살 수 있고 4인 가족 한 달 먹을 돈이 떨어지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비행기를 타느냐고 그는 말했다.

그가 입는 와이셔츠는 대개 몇년 된 것들. 옷깃이 헤지면 뒤집어 꿰매 입는다.

그런 돈을 모아서 권 회장은 1986년 '동영장학재단'을 만들었다.

매년 5천여명의 학생들에게 5억5천만~6억원의 장학금을 준다.

지금까지 지원된 현금만도 70억원이 넘는다.

고향인 울진의 각 초등학교에 사 준 피아노나 각종 학습기자재까지 합하면 100억원에 이른다.

자신의 원양 어선을 타는 중국인이나 중국 교포를 생각해 작년에는 지린성 지린대학에 100억원을 들여 단과대학을 만들고 병원도 신설했으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의 버려지다시피한 스페인 유택을 사들여 우리 정부에 기증한 것도 권 회장이다.

권 회장은 1987년 파크호텔을 매입하면서 대구와 인연을 맺었다.

우연히 파크호텔에 투숙했다가 지중해식 주위 풍경에 반해 사들인 이 호텔을 그는 6년만에 흑자로 전환시켰고 그 옆에 인터불고 호텔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기업 이익만 생각했다면 호텔 신축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구 시민에게 필요한 기반시설을 만드는 일을 두고 돈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지역의 주요인사들은 이 호텔이 없었다면 월드컵 대회, U대회 같은 국제행사를 대구에서 여는 것을 꿈 꾸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텔은 도시 발전에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대구에 끼친 여러 공을 높이 평가받아 8일 대구시청에서 조해녕 시장으로부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그는 "대구시 당국과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앞으로도 대구.경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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