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재욱의원 수사

입력 2003-01-07 18:53:46

정권 교체기를 맞아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검찰.경찰이 비위 공직자에 대한 사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한나라당 박재욱(64.경산.청도지구당) 국회의원이 자신이 운영하는 대학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하고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초쯤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경산)을 운영하면서 1999년부터 최근까지 4년간 장부 조작 등을 통해 공금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 경산.청도지역 단체장.지방의원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 박 의원에 대해 수사에 착수, 계좌를 추적하던 중 학교 공금 횡령 혐의를 포착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검찰은 그 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대학 장부와 계좌추적 등으로 박 의원의 횡령 혐의를 확인했으며 현재는 정확한 횡령액 및 사용처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횡령된 돈이 지난 총선.대선 때 불법 선거자금으로 쓰였거나 지난해 박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설립을 인가 받아 오는 3월 경산에 개교할 예정인 또다른 한 대학의 설립인가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 머물고 있는 박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인정 받았고 학교 공금은 횡령한 적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지검은 최근 한 자치단체의 수익사업에도 의혹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은 이 사업 담당 공무원을 소환 조사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등 사업자 선정 등을 둘러싼 특혜 의혹 및 공무원과의 유착 여부를 캐고 있다.

검찰은 또 모 인사에 대해 단체장 재직 중 불법 토지 형질변경과 수뢰 의혹이 있다며 측근을 소환해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역시 최근 지역 단체장.기관장들의 동향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고위직은 물론 중하위직의 비리 첩보를 광범하게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 등에 대한 특별한 사정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는 않으나 혐의가 있거나 의혹이 있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계속 확인하고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 박재욱 의원

81년 11대 총선에서 한국국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뒤 절치부심, 4대를 건너 뛰어 19년 만인 2000년 16대 국회에 다시 등원한 한나라당 박재욱(65) 의원은 경북 경산.청도 출신 재선 의원이다. 60년 홍익대를 나와 73년 계명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박 의원은 96년에는 미국 머레이 주립대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64년 화광고등공민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계에 발을 디딘 박 의원은 73년 경신교육재단 이사장을 지냈고 87년에는 서울의 세민학원 이사장에 취임했다.

대학 설립을 추진해오던 박 의원은 95년 경산에 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을 설립, 초대 학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구외국어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재기의 사례로 꼽히며 6선급 재선 의원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11대에 국회의원을 지낸 이는 국민당 총재를 지낸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이한동 하나로 국민연합 대표 등 원로급을 제외하면 현 국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박 의원의 재선 길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당선 보증수표라던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같은 일족인 박영봉 영남대 교수에게 고배를 마셨다가 막판 뒤집기를 통해서 공천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물론 집안에서 말들이 많았다.

국회 재진입에 성공하고 나서도 순탄치는 않았다.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전공'을 살려 교육위를 희망, 내정을 받았으나 시민단체의 이의 제기로 당의 최종 조율 과정에서 탈락, 농림해양수산위로 배정받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또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는 정치권 주변에서 공천잡음이 잇따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으나 별 '탈'은 없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