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업그레이드 이것만은 버리고 가자-(4)소극적 참여의식

입력 2003-01-07 17:09:15

지난해 6월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우리는 흥미롭고도 원초적 에너지가 가득찬 축구가 폭발적인 열정을 이끌어내는 현상을 감동적으로 지켜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세계 축구의 변방에 머무르며 수많은 좌절을 되풀이했던 한국의 '태극 전사'들은 빠르고 조직적이며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펼쳐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강렬함으로 충만한 한국 축구가 '붉은 악마'의 감동적인 응원을 바탕으로 세련됐지만 황금에 물든 유럽과 남미의 축구에 각성을 불러 일으켰을 때 세계인들은 혼을 일깨우는 한국 축구의 매력과 한국인의 열정에 매료됐었다.

한·일 월드컵에 뒤이어 열린 부산아시안게임도 남·북이 화합하고 아시아인들을 하나로 묶어냄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이 두 스포츠 제전에서 알 수 있듯 스포츠의 힘은 위대하다.

올 8월 대구와 경북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을까. 대구시민들은 당연히 스포츠의 감동을 느끼길 원하고 대구의 발전을 기대할 것이다.

사실 대구는 9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대도시의 발전 경쟁에서 뒤처져 왔다.

대전은 엑스포를 개최하고 대덕기술단지를 조성, 매끈하게 커졌고 광주는 국제비엔날레를 만들어 '예향(藝鄕)'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부산은 국제영화제와 아시안게임을 성공시켜 국제화의 발을 내디뎠다.

대구시는 다른 도시들이 선수를 치는 데 넋놓고 있다가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 올해 개최하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구시가 뒤늦게 국제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 택한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브랜드'효과가 약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종합국제스포츠행사이긴 하지만 대학생들의 축제로 국한돼 세계적인 스타들이 불참함으로써 국제적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연구실장은 "대구U대회는 하나의 신기원을 이룩해야 한다.

국제적 관심이 적은 대회라는 생각에 머물지 말고 국제적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U대회의 성공을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만들어냄으로써 대구를 세계 속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구U대회를 단순한 스포츠 제전이 아닌 문화 제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170개국 1만여명의 대학생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국제스포츠제전이지만 다양한 문화행사를 내실있게 준비해 '보고 열광하고 느끼자'는 행사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대구U대회가 이전 U대회보다 많은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게 돼 부가가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U대회조직위 이칠화 방송보도부장은 "전세계 스포츠기자들의 3천여개 e메일망을 확보, 대회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회 최초로 국제중계방송신호로 방송을 제작, 방송권 판매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U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대구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투자이다.

대구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구·경북 시민, 대학생의 역량과 관심을 집중시켜 신명나는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바꾸고 폐쇄적, 배타적이었던 지역 의식을 국제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개방된 세계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계기로 삼아 역동적인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거리가 먼 목표가 아닐까하는 부정적 생각에 머물지 말고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려는 대구시와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올해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국제종합스포츠대회이니 만큼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을 다시 한 번 알릴 수 있는 행사인 점을 인식시켜 최대한의 지원을 이끌어내 성공적인 개최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대구U대회 조직위도 U대회 개최가 대구의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제전이 아닌 문화제전으로 폭을 넓히고 있어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

경주국제문화엑스포, 안동국제유교축제와 연계하고 세계대학박람회, 록 페스티벌, 지역대학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대학생들과 시민, 관광객들의 자발적이고 폭발적 관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대학박람회나 록 페스티벌 등 일련의 행사들이 다른 국제행사의 부대행사처럼 치러지는 형식과 내용에 머무른다면 평범한 성공에 그치고 말 것이다.

히피 문화가 성행하던 60년대 미국의 우드스탁 록 페스티벌이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었듯이 대구U대회는 비범한 이벤트를 만드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계명대 경영학부 1년 박수영(20)씨는 "대구U대회의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행사가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U대회가 열리는 해로 접어들었지만 전반적인 열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U대회가 정확히 어떤 성격의 행사인지 모르는 대학생이나 시민들도 상당수 있다.

대구U대회 지원 대학실무위원회 위원장인 배영상 계명대 체육대 학장은 "자원봉사나 행사, 경기진행 보조요원으로 참여하려는 대학생들이 많이 있으나 전체적인 관심도는 아직 낮은 편"이라며 "대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대회 조직위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U대회에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을 자극하려면 준비하는 이들의 열정이 깃들어야 한다.

대구U대회 조직위는 대구시 공무원, 중앙부처 파견 공무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대회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연일 야근을 하며 휴일도 반납하는 등 그들은 전체적으로 매우 고생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열정이 부족한 측면도 엿보인다.

외부 전문가로 조직위에서 일하고 있는 이는 "대회를 적극적으로 성공시키자는 측면에서 봤을때 부서간 의견이 엇갈리거나 소극적인 자세가 보여 아쉽다"고 말한다.

이러한 측면이 있다면 평범한 성공을 거둘 수는 있어도 특별한 성취는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조직위 지도부의 세심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U대회 개최 이후의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대구시가 유치를 검토 중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비중있는 단일 국제스포츠 대회의 개최나 국제섬유박람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의 유치는 물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과 민간단체, 기업별로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 학술, 기업활동 정보, 인적 자원 등을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구U대회 이전까지 가장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고 평가받았던 일본의 후쿠오카(95년 개최)는 국제적 관심을 모으는데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시민들의 참여로 대회 개최 이후 국제교류재단을 설립, 국제화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이정인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지역연구실장은 "대구시도 U대회 개최후 국제교류재단을 설립, 지역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고 국제적 안목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로 향하는 출구를 마련함으로써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시민의식도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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