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이나 관습, 전통의식 등에는 어떤 원칙이나 지혜가 숨어 있다.
제삿상 차림을 예로 들어보자. 한의학적 이론이 적용돼 있다.
제삿상에는 조상들이 즐겨 먹었거나 귀한 음식을 올린다.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제사를 지내는 쪽에서 봐서 맨 첫줄에는 후식에 속하는 과일류가 놓인다.
흔히 조(棗), 율(栗), 이(梨), 시(枾) 등의 순서로 올린다.
이와 함께 사과, 수박, 귤, 바나나, 키위 등을 올리기도 한다.
제삿상에 올리는 과일도 시대에 따라 변하겠지만 예전부터 특정 음식을 꼭 준비했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제삿상의 과일은 체질에 따라 적합한 것들을 골고루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대추(棗)는 소음인, 밤(栗)과 배(梨)는 태음인, 곶감(枾)은 태양인, 사과는 소음인, 수박은 소양인 등에 적합하다.
각 체질별로 적합한 과일을 골고루 배려했다.
제삿상에 태음인에 적합한 과일이 더 많은데, 이는 우리 나라 사람의 80%이상이 태음인이라는 주장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물론 이런 과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구하기 쉽기 때문에 제삿상에 올려졌겠지만, 요즘 인기 건강음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건강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추는 맛이 달고 비위(脾胃)에 작용해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좋고, 밤은 맛이 달고 비위(脾胃)와 신(腎)에 좋고 원기(元氣)와 신기(腎氣)를 보충하고 근육과 골격을 강하게 한다.
감은 꼭지를 약재로 이용해 구역질을 진정시키는데 이용되고 설사에도 효과가 있다.
배, 사과, 수박 등은 모두 시원하지만 맛의 차이에 따라 각 체질별로 달리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의 제례는 종교의 차원을 떠나 향을 피워 하늘에 알리고 술을 부어 땅에 고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이는 천지인(天地人)이 하나임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우리의 생명은 자연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며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한의학의 전통적인 자연관, 생명관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사는 조상들이 우리를 있게 하였음을 되새기면서 한 조상 아래 뿌리내린 가족들의 친목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면서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런 의식을 위해 차려진 음식에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조상들에게 큰 은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경산대 한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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