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처방-영아천식

입력 2003-01-07 17:17:06

첫 돌 무렵의 아기들 중 감기만 걸리면 쌕쌕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침이 잘 떨어지지 않아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아기 엄마들은 진료실에서 "우리 아이는 감기를 달고 산다", "아기가 조금만 기침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며 호소한다.

이런 기침은 휴일 나들이를 한 뒤나, 목욕탕에 다녀 오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큰 아기들 중에선 조금만 뛰어도 쌕쌕거리는 소리가 심해지거나 기침을 많이 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에 가면 "기관지가 약하다", "천식끼가 조금 있다"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지만 잘 낫지 않는다.

낫더라도 며칠 후 다시 기침이 도지곤 한다.

예전에는 이런 증상을 '천식성 기관지염'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은 2세 이하의 영유아가 모세기관지염을 세 번 이상 진단받거나, 천명(쌕쌕거리는 소리)을 일으킬만한 별다른 원인 없이 세 번 이상 천명이 재발하는 경우에는 '영아천식'으로 진단한다.

이같은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병력을 살펴보면 가족 중에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 태열(아토피성 피부염)이 있었다면 대부분 영아천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영아천식이 이런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아기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영아천식의 구체적 증상은 다음과 같다.

주로 밤이나 새벽에 기침이 심해지며 숨소리가 쌕쌕거린다.

병이 더 진행되면 호흡곤란을 일으켜 숨쉴 때 가슴이 심하게 함몰되면서 우유를 먹지 못하게 된다.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엔 즉시 병원을 찾아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이 시기를 지나 병이 더욱 심해지면 입술이 파랗게 되면서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천식을 앓는 2세 이하의 아기들은 기관지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 찬바람이나 찬음식, 담배연기, 운동 등과 같은 비특이적인 자극으로 인해 재발이 잦다.

따라서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도록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며, 외출 후에는 반드시 아기의 손을 잘 씻겨야 한다.

봄, 가을에는 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다니고, 겨울에는 입마개를 하는 게 좋다.

아주 추운 날에는 아예 외출을 삼가야 한다.

찬음식을 먹이지 않으며 아기 옆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한다.

불가피하게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일 경우 천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아주는 항알레르기 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영아천식의 진단법으로는 알레르기 혈청검사나 피부반응검사가 있다.

그러나 검사 결과만으론 부족하다.

특징적인 증상과 자주 재발하는 임상 양상이 진단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오랫동안 치료를 해도 기침이 끊이지 않거나 숨소리가 쌕쌕거릴 때에는 소아알레르기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해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 급성 발작시에는 기관지 확장제와 함께 항염증 치료제를 사용한다.

급성 발작이 치료된 후에는 천식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피해 주고, 적절한 항알레르기 제제를 장기간 투여해 영아천식의 재발을 방지한다.

영아천식은 제대로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천식을 앓는 아이들은 대부분 3세 이전에 자연스럽게 상태가 좋아진다.

그러나 상당수의 아이들은 3세 이후에 천식은 좋아지는 반면 코를 자주 비비게 되거나 코가 막히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바뀔 수 있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김명성원장(김명성소아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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