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핵문제의 안보리회부를 유보키로 한 것은 우선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국들의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보리 회부가 자칫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의설명에 따르면 특히 IAEA로선 현 단계에서 안보리에 회부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가능성을 시사해온 북한이 실제로 조약을 탈퇴하는 초강경수를 두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4년에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NPT 탈퇴를 선언했다가'탈퇴를 유보'했으며, 북·미 제네바 합의로 한반도 핵위기가 가라앉았다.
물론 북한이 향후 실제로 NPT를 탈퇴할 경우 북핵문제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국제적 문제가되고 정치적 비난과 미국 등의 국제적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국제법상 NPT 탈퇴는 회원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며 탈퇴국 또는 비회원국에 NPT 규정을 지키라고 강요할 수 없다.
현재 핵무기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실시' 되는 이스라엘 등은 자국의 특수사정을 들어 NPT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미 IAEA에서 탈퇴한 북한이 NPT와 그에 따른 전면안전조치협정마저 탈퇴할 경우 IAEA로선 북한에 대해 조치를 취할 국제법이나 규정 상의 근거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다만 IAEA가 제공한 소규모의 실험실용 원자로에 대해서만 안전규정 준수와 보고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는 핵무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또 IAEA 헌장이나 관행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북한 핵프로그램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할 경우 IAEA 이사회가 최대한의 인내심과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적지 않은 회원국들이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일단북한 등 당사국들에 외교적 해결 기회를 준 뒤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 안보리 회부등 다음 단계의 조치들을 취해도 늦지 않다고 이사회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입장도 반영돼 있고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등 온건파와 러시아 및 중국 등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국도국제여론이 자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데다 이라크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인 점을감안, '일단 유보'에 대해 수긍했으며, 일본도 동의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이 원전과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이른바 '위험선'을 넘을 경우 IAEA가 이사회를 다시 열어 안보리 회부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IAEA가 6일 이사회 이후 또다시 북핵 문제로 이사회를 소집하게 될 경우, 일반적 절차 등을 감안하면 빨라야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NPT를 탈퇴할 경우 이는 IAEA가 아닌 바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사안이 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미국과 대화에 의한 해결을 원하고 있으나이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이 문제를 안보리까지 가져가는 것이 사태 해결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입장 등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 때문에 미국이 이라크와 같은 방식으로 북한을 제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북한이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유엔을 무대로 부시 행정부가 오히려제네바 북미 합의 등 국제법을 위반한 채 '악의 축' 발언 등으로 북한을 위협하고전력난이 심각해 원전을 재가동할 수 밖에 없었음을 주장하며 막판 대타협을 시도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제재를 받게 되고 특히 경제적어려움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정권이 최근 추진중인 '중국식의 개방을 통한 경제 살리기'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며, 자칫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위험부담'을 안고 승부를 걸만큼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북한이 '사활적 모험'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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