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업그레이드 이것만은 버리고 가자-(3)경쟁 지양

입력 2003-01-06 16:58:26

(#장면1)지난해 12월9일 경북도청에서는 이의근 경북지사를 비롯한 경북지역 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출범을 앞둔 대구 프로축구단 시민주 공모행사에 참여, 50여명이 청약하는 등 대구에 힘을 보탰다.

(#장면2)역시 지난달 초 대구시내 한 식당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국제통상업무를 담당하는 간부들과 실무진 등 10여명이 모였다.

지난해 7월 민선3기 출범이후 두번째 모임이었다.

올해부터 해외시장 개척과 통역 품앗이 등 협력문제 논의로 밤깊은 줄 몰랐다.

(#장면3)지난해 12월 중순 경북도 김광주 건설도시국장은 내년도 광역도로망 건설문제로 대구시에 전화를 걸었다.

대구·경북 경계지역 도로확장과 다리건설의 업무추진과 진척상황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김 국장과 대구시 건설담당 직원은 한참을 통화한 뒤 "앞으로 잘 해 보자"면서 기분좋게 말을 맺었다.

지난해 대구시가 관련예산을 확보하는데 경북도가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터라 서로 돕자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장면4)경북도 시설서기관인 박대희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시설부장은 대구와 경북지역 체육시설 점검으로 정신없는 지난 한해를 보냈다.

도에서 파견된 뒤 경기장 시설책임을 맡은 탓에 박 부장은 '파견공무원' 생활의 압박감이 시작되면서 너무 자주 모임에 빠져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박 부장만의 사정이 아니다.

지금 대구U대회에 품앗이로 파견된 경북 공무원 39명도 마찬가지. 지난 81년 시·도 분리뒤 가장 큰 규모의 파견근무인 셈. U대회 근무자 277명 가운데 대구(188명) 다음으로 많다.

◇탈출이 필요한 2003년

지역내 총생산(GRDP)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0위권 밖에 맴돌면서 갈수록 위상이 추락되고 1인당 GRDP가 전국 꼴찌인 대구. 역시 GRDP와 1인당 GRDP가 4~6위에서 오르락 내리락 맴도는 경북.

대구는 '만년 낙제생에서의 반란'을 위해서, 경북은 장기 정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의기투합할 것인가 아니면 쓸데없는 소모적 경쟁으로 동반추락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침체와 정체의 늪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헤매던 대구와 경북. 지난해 7월 민선3기 출범에 맞춰 협력과 상호발전을 위한 손발 맞추기에 나섰다.

속도도 점차 붙고 협조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조해녕 대구시장이 지난해 당선직후 서로 방문, 축하하며 시·도간 공조를 약속한뒤 다양한 교류의 모습들이 목격되고 있다.

경북도의회와 대구시의회도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조 시장과 이 지사는 "대구와 경북은 한 뿌리로 서로 협력 못할 것이 없다"면서 민선1, 2기때와는 다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실무자간 협력회의나 비공식 모임들이 잇따르고 추락된 대구·경북위상을 함께 일으켜 세우려는 상생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상생의 새 패러다임 모색

어떻게,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것인가. 지난해 11월 '21세기 대구·경북지역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란 심포지엄을 개최했던 한국은행 김주훈 대구경북 본부장은 "이제 새 패러다임 형성을 통한 상호발전이 필요할 때"라고 진단했다.

대구경북개발원구원 윤식 원장도 "상호 협력방안은 광역행정 협의회 운영강화, 광역 대도시권과 접경 지역개발, 공동프로젝트 추진과 유사기관 통합, 지방분권 강화 등 공동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대경연구원 노병수 선임연구원은 "양지역 협조로 상생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분야가 많은 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협력을 위한 모범적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사회연구소 이재하 연구위원(경북대교수)은 "지방분권으로 중앙정부 간섭을 배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시·도 통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적극적 상호협력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지지하는 만큼 대구·경북의 상호발전 방향수립과 사업추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영남대학의 영남지역 발전연구소 김열 소장(행정학과교수)은 "행정분야 뿐 아니라 유통과 수송·물류이동, 공단조성 등 산업분야의 상호 발전방향 모색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지자체의 협력체제 구축으로 상호발전의 새로운 모델과 패러다임 개발필요성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경북의 협력과제와 실현방안

이미 시·도 실무부서는 분야별 공동발전을 위한 협력사업 선정 및 실천방안 마련작업과 같은 구체적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경북도 정상수 기획관은 "대구와 협력할 분야를 장단기 과제로 나눠 단계적 협력방안을 추진, 올해부터 성과물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경북도가 현재 협력과제로 선정, 협의중인 것들로는 우선 대구와 경북 7개 시·군이 포함된 대구권 광역도시계획과 △대구지하철 경북지역 연장, 대구~무주간 고속도로건설 등 SOC확충의 공동노력 △해외시장 공동개척 등 다양하다.

윤용섭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올해 열리는 경주문화세계엑스포의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연계 및 공동개최, 지역 관광상품의 연계화 등을 비롯한 문화·관광분야의 협력체제 구축을 통한 공동발전 방안 등도 중요과제"라 꼽았다.

장기과제로는 △경북의 저렴한 공장용지와 도심배후 전원주택지 공급 △대구의 우수한 공산품 수급, 문화·예술 및 의료 등 서비스 기능확대로 상호 역할분담과 조정 등이 선정됐다.

경북도는 또 24건의 구체적 협력방안을 마련해 대구와 협의할 예정이다.

섬유관련 전시회, 박람회 등의 공동주최나 영남대에 건립 중인 섬유기계 연구센터의 공동 운영비 부담과 공동이용, 대구의 동북아 자치연합 가입으로 대구의 대외홍보 극대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해외무역 상담회, 해외투자 설명회와 주한 외국 상공인초청 투자설명회 공동개최 △지역디자인센터의 공동컨소시엄 형성을 통한 유치 등도 포함됐다.

경북도 장우혁 국제통상과장은 "각종 국제행사때 양지역 통역요원을 품앗이로 활용하거나 해외시장 정보교환과 노하우 교류 등은 서로 도움이 되고 실현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협력방안과 장애물

대구 역시 경북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위해 장단기 10가지 협력과제를 골라 협의에 나설 방침. 대구시 이승호 기획관은 "현재 경북도와 사업추진 가능분야를 중심으로 과제를 뽑아 서로 협력효과를 높이려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열매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구는 우선 대구와 경북지역 내 국제회의(컨벤션)의 개최 활성화와 지원방안을 위해 가칭 대구·경북컨벤션지원 협의회를 구성, 양지역 컨벤션산업의 육성을 도모하고 대구컨벤션센터와 경북 관광자원을 연계, 시너지 효과를 높일 방침.

또 매년 두차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섬유직물 전시회를 공동으로 개최해 지역 섬유산업의 선진시장 진출을 돕고 소요경비 절감과 홍보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이밖에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계획수립과 추진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로 경북농촌 돕기 △U대회지원 △경북과 관광발전협의회 구성△지하철 연장추진△대구경북개발연구원 공동운영 등의 과제가 선정됐다.

대구시 배상민 기획관리실장은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공동노력을 할 경우 많은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고 서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같은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 서로 이해가 얽힌 공단조성이나 낙동강 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잖은 논란도 전망된다.

영남지역발전연구소 김열 소장은 "세수나 재정문제와 관련된 공단조성 문제나 낙동강 관련사업의 협력은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의근 경북지사도 "서로 민감한 사안의 조정은 쉽잖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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