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소망 연에 실어 훨훨

입력 2003-01-04 12: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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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의 억울하고 힘들었던 기억들과 계미년의 모든 액운은 연에 띄워 날려 보냅시다.

그리고 올 한해 소망도 연에 담아 날려 보냅시다".

자전거가게 사장으로보다는 오히려 연박사로 불리는 김유복(62.의성읍 도동리) 의성민속연 보존회장. 김 회장은 "계미년은 남북 7천만 한민족이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웅비하는 해가 되도록 소망을 연에 담아 띄웠고 올해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 31일과 1일 해맞이 행사가 열린 영덕 삼사해상공원에서 학생, 관광객 180여명과 전통연 날리기 시범과 현장체험을 마치고 돌아온 김 회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불어닥친 북한 핵문제 때문에 온 국민이 불안해 하지만 7천만 겨레의 염원처럼 북핵문제가 잘 풀릴 것"으로 내다 봤다.

연과 김 회장이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시절. 의성군 사곡면 화전3리에서 태어나 어려운 시절을 보낸 그는 연 날리기가 유일한 놀이였다.

성인이 되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오늘까지 52년째 연과 씨름하고 있는 셈.

반평생을 연과 함께 보낸 그는 전국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인사가 됐고 경북에서는 '연 박사''연 할아버지'로 불리며 현재 '의성 민속연 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또 연간 100여일은 전국에서 열리는 각종 연날리기 대회와 크고 작은 행사나 대학강의 등에 나서느라 본업인 자전거 가게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 의성읍 자택 2층에 사무실을 마련, 전국서 찾아 오는 연 애호가와 대학생, 초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연 보급에 나섰다.

김 회장은 "전통연을 만들고 사랑하는 것은 잊혀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와 세시풍속을 보존하기 위함"이라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전통연을 만들어 우리의 전통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연의 역사는 1천3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신라 진덕여왕 원년(647년) 비담과 염종의 반란 때 김유신 장군이 연을 사용했다고 삼국사기 열전은 기록하고 있는 것.

고려 말엽(1374년) 최영 장군이 탐라국 평정시 군사를 연에 달아 병선에 띄워 절벽에 상륙시키고 불덩이를 매단 연을 적의 성안으로 날려보내 불타게 했다.

또한 조선조 세종대왕(1455년) 때 남이 장군이 강화도에서 연을 즐겼고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섬과 육지를 연락하는 통신수단 및 작전지시의 방편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연이 일반 백성들에게 알려진 것은 조선조 영조무렵. 영조가 평소 연날리기를 즐겨 구경하고 이를 장려, 전국에 보급됐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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