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테크노-(2)타이완 산업기술연구원

입력 2003-01-04 12:34:15

최근 링크시스(LinkSys), 라디오 쇼크(Radio Shock) 등 세계적 제조사들로부터 잇따른 수주에 성공, 급성장하고 있는 ITRI 보육 첨단기업 피손전자는 말레이시아 대학생들이 창업한 벤처다.

플래시 메모리 콘트롤러와 토털 솔루션 디자인 및 멀디미디어 프로세싱에 관심있는 대학생들이 불과 창업 1년만에 신제품의 생산을 끝내고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ITRI가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님을 보여준다.

제6회 타이완 최우수기업인상을 수상한 스타테크놀러지 창업자 로우 춘 렝 박사 역시 싱가포르에서 타이완으로 건너와 ITRI 창업센터에서 회사를 설립해 최첨단 반도체 검사장비를 개발, 세계적 벤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ITRI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은 67개. 타이완 뿐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우수한 두뇌들이 성공을 위해 앞다퉈 ITRI로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신주과학단지의 '엔진' ITRI의 경쟁력은 막강한 R&D(연구개발) 인프라와 효과적인 지원, 운영시스템 모두에서 엿볼 수 있다.

신주과학단지에서 5km 거리에 위치한 ITRI는 1973년 설립됐으며, 47ha 대단지에 조성된 7개 연구소, 4개 센터에 근무하는 직원 수만 6천171명에 달하는 거대한 두뇌집단이다.

프로젝트 개발 책임을 맡은 박사가 801명으로 13%를 차지하고, R&D 과정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2천873명(47%)의 석사 연구원들이 그 뒤를 받쳐주고 있다.

2002년 연구원 수입 4억7천500만 달러〈9월말 기준〉는 정부연구프로젝트와 기업체 서비스를 통해 각각 50%씩 벌어들였다.

타이완 정부는 2002년 1월 ITRI에 나노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나노멀티미디어, 나노일렉트로닉, 나노바이오텍 분야에 향후 5년간 6억6천만 달러를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이미 나노기술을 응용해 음료수와 과일, 채소 등을 2, 3년 이상 신선하게 보존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성과를 올렸다.

ITRI 없는 신주과학단지 및 타이완 경제의 성공과 첨단화는 생각할 수도 없는 셈이

난 메이치 개발실험전시실 담당자는 "ITRI가 비록 대규모 연구집단이긴 하지만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학, 기업, 다른 연구기관 등과 경험 및 능력을 공유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ITRI의 효과적 협력체제는 기술이전서비스센터(TTSC)의 역할에서 두드러진다.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권한을 가진 ITRI는 단순한 '노-하우'를 기업에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 새로운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수준에서 기술이전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에 따라서는 관련된 다른 지적재산권과의 결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시너지를 모색하기도 한다.

"지적재산권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제 지적재산권을 적용해 신제품이 생산됐을 때 시장의 선택을 받아 기업의 이윤이 나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때만 진정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쉬 런 지애 ITRI 협력프로그램 증진 매니저는 "시장에서 실제적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총체적 올 인 원(All-In-One) 서비스를 ITRI가 중심이 돼 제공한다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자신의 핵심역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매커니즘은 1996년 설립된 ITRI의 오픈랩(OpenLab)에서도 그대도 적용된다.

기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협력프로그램이든 신기술창업이든 일단 ITRI 오픈랩 입주기업이 되면 사무실 및 연구실, 생산시설은 물론 비즈니스 컨설팅, 법률서비스, 정보서비스, 투자유치, 기술평가, 직원채용, 훈련, 행정지원, 정부연구개발 자금 획득 등 모든 부대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ITRI 오픈랩 입주기업이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와 사업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오픈랩의 실제 효과는 엄청나다.

4천450명의 연구원들은 매년 1억 달러의 개인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168개 참여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매년 3억 달러에 달한다.

97개 신생기업의 매출도 매년 2억 달러를 넘어선다.

쉬 런 지애 매니저는 "오픈랩 창업보육센터는 파급효과가 큰 첨단기술을 보유한 초기자본 80만 NTD(약 2천800만원) 이하인 18개월 미만의 신생기업으로 입주원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관료주의를 배제한 폭넓은 융통성, 외부기관과의 효과적 협력 등이 핵심 운영규칙"이라고 덧붙였다.

ITRI는 어제와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하진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또다시 발빠른 변신을 진행하고 있다.

경제구조의 근본적 변화는 기업가치 평가기준의 급격한 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991년 기업가치평가의 92%를 유형자산이 차지했으나 2000년에는 유형자산의 비중이 30%로 급락하고 협력업체 및 소비자와의 정보교류 수준과 관계, 브랜드, 지적재산권, 기업문화, 직원 교육과 훈련, 근무태도 등 무형자산이 70%나 점유하는 '지식경제의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ITRI는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본격 도입을 맞아 전통기술을 e-비즈니스로 전환시키기 위해 2000년 'e-랩(e-Lab)'을 설립, 'e-ITRI'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부터는 실시간 비즈니스 업무처리와 다기능 기업의 확산을 통한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식형 e-비즈니스(Intelligent e-business)' 구축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마이클 보헹 린 박사(ITRI 기술이전서비스센터)는 "지식경제는 전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요구한다"며 "따라서 ITRI는 새로운 기업을 창출할 가능성은 높지만 너무 위험하고 잠재적이어서 일반기업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야에 집중해 새로운 산업의 출현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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