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개막과 더불어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에 앞서 오는 2월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 교체에 나설 예정이고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계' 해체선언으로 인적청산의 물꼬도 열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계개편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에 이를 것인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가 없다. 낡은 정치 청산과 새로운 정치를 기치로 내건 노 당선자의 탄생은 정치권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를 담아내고 있지만 정치권 스스로 내부개혁을 통해 새로운 정치질서 재편에 순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 개혁특위를 통해 제도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권 재편의 핵심은 주도세력의 교체다. 김대중 대통령의 퇴장으로 '3김 정치'는 역사에서 퇴장하고 있지만 인적청산과 정치개혁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시작됐다. 노 당선자가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구축과 정치권 재편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오는 2004년 17대 총선의 구도도 완성될 전망이다.
정치권 재편의 핵심은 현재와 같은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느냐 여부와 그 과정에서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당구도 재편이 가능하느냐로 압축된다.
현재와 같은 영.호남이라는 지역중심의 정당구도가 이념 중심의 정당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몇가지 중요한 근거가 있다. 우선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당내에서 개혁성향과 보수성향이 다양하게 혼재하면서 정책적 차별성이 분명치 않다는 점이 꼽힌다. 진보적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 탄생은 민주당의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민주당내에서는 노 당선자의 친위세력인 개혁세력이 전면에 나서면서 보수세력과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불안정한 동거체제를 유지해오던 개혁세력과 보수세력이 대선이후 개혁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세력균형이 깨진 것이다.
노 당선자는 당정분리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당개혁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이념중심의 정치권 재편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개혁성향의 초.재선의원들과 보수세력들간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두 세력간의 갈등은 대선패배이후 권력투쟁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특히 당쇄신을 주장하고 나선 한나라당 개혁파들이 한때 현 지도부가 거부할 경우 민주당 개혁파들과의 공조를 언급하기도 했다는 점은 정치권이 이념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주목된다.
그러나 오는 2월 전당대회는 이같은 이념중심의 정당구도재편의 단초만 제공할 뿐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당의 전당대회는 당 지도부 교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만 몰두해 있어 사실상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 지도부 구성과 당쇄신안 마련과정에서 개혁세력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개혁세력들은 자연스럽게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를 명분으로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표출된 당적변경 의원들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총선을 목전에 둔 정치권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 재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당적을 바꾸는 의원들은 과거에 비해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역구도가 완화될 수 있느냐도 또 다른 관심거리다.
이는 선거구제 변화를 통한 제도적인 지역구도 깨기에 앞서 노 당선자가 당장 영남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영입에 나설 것인지 여부의 문제와 직결돼 있다.
노 당선자가 당장은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나라당과의 협력관계 구축에 나서겠지만 한나라당과의 갈등관계가 계속되면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한나라당 의원 영입을 통한 여소야대 정국 깨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노 당선자의 첫 번째 표적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전직대통령인 YS의 국정협력을 명시적으로 얻어낸뒤 이를 고리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영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경남 뿐 아니라 대구.경북과 수도권지역 의원들도 적극적인 영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선거구제로의 변경을 통한 지역구도 탈피시도는 일단 17대 총선이 임박해서야 가능하다. 당장 한나라당이 영남권을 잠식하기 위한 정략적인 접근이라며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하고 있어 현재의 여야의석 구도를 바꾸지 않고서는 선거구제변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는 2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주도세력을 바꾼뒤 취임이후 당명을 개정하는 등 2단계 당개혁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민주당의 변신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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