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업그레이드 이것만은 버리고 가자-(1)진퇴의 갈림길

입력 2003-01-02 11:03:02

5년전 DJ정권 출범 때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대구.경북은 승자가 아닌 패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역민들은 허탈과 좌절감에 휩싸여 있다.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은 대구.경북의 밝지 못한 미래를 이야기한다.

대구.경북의 고립화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내륙의 섬'으로 남아 정치적 위상 약화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번영이 아닌 쇠락의 길을 걸어 온 대구.경북의 퇴조가 가속화되지나 않을까 걱정도 많다.

또 다른 지역은 성큼성큼 미래로 나아가는데 대구는 제자리 걸음도 못해 뒷걸음질만 친다고 아우성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흥하느냐 망하느냐, 시.도민들이 모두 마음과 힘을 합쳐야 구명줄을 잡을 가능성이 실낱처럼 보이는 절박한 상황이다.

한 발짝만 삐끗하거나 더이상 미적거렸다간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국채보상운동, 2.28 반독재 투쟁, 근대화의 주역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큰 버팀목이 돼 왔다는 자긍심이 있는 이 지역이 왜 소외되고 날개 없이 추락만 하고 있을까.

대구사람, 경북사람 스스로 털어내야 할 잘못은 없을까. 우선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변해야 산다.

2003년 계미년 새 해가 밝았다.

지역의 현주소를 돌아보자.

당장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어두운 시대의 유산이긴 하지만 전화 한 통화면 안되는 일도 되게 만들 수 있다던 이야기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전설이 된 지 오래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 각 부처 등에 지역의 의견과 고충을 전달할 감정이 통하는 창구마저 끊겼다.

지역의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는커녕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조차 모르는 처지가 됐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의 '말발'도 많이 약해졌다.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기르지도 않았고, 인물을 키우지도 않은 결과다.

경제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영덕출신으로 서울에서 경영인으로 활동하는 김용섭(61) 레고코리아(주) 회장은 "대구 사람들이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며 소비 지향적 풍토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실제 대구의 1인당 민간소비지출은 16개 시.도 가운데 3위, 38평 이상 대형 주택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18.4%에 이른다.

실물경제는 끝없이 추락만 하는데 대구의 음식점.숙박업소와 자동차 등록대수, 서비스 업체 수는 '3대 도시'인 인천을 앞선다.

생산은 못 하면서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를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 사람, 경북 사람에 대한 평가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화끈하고 의리 있다던 평가가 이제는 막무가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서울 사람들 중 극히 일부지만 경상도 특히 대구.경북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말투, 밀어붙이기식 언행, 끝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행동이 이웃과 옆의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다.

태경환(46.충북) 구미경찰서 방범과장은 "지역의 흡인력을 키우려면 친근한 태도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러다 보니 삶의 질이라고 높을 리 없다.

최근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대구는 사회문화/여가활동 부문에서 11위, 문화유산에서 10위, 대중문화에서 9위, 문학.예술에서 6위를 차지했다.

경북은 더 참담하다.

문학.예술에서 꼴찌인 16위, 사회문화/여가에서 15위, 대중문화에서 14위였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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