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 새봄 준공

입력 2003-01-01 19:00:47

2003년 대구 문화예술계의 화두는 '오페라'다.

500억원을 들인 오페라 전용극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고, 이에 맞춰 대구시는 세계 오페라 축제를 계획하고 있는 등 전국 어느 도시도 넘볼 수 없는 '오페라 시대'가 열리게 된다.

새롭게 열리게 되는 이 '오페라 시대'의 정점은 구 제일모직 자리에 들어서게 될 오페라 하우스다.

1998년 3월 기공식, 이후 2년 5개월간의 공백, 2000년 8월 착공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대구 오페라하우스(가칭)는 기공식후 만 5년만인 내년 3월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이 오페라 하우스는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이은 2번째 오페라 전용극장이지만 단일 건물로는 국내 처음으로, 심한 공연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대구문화예술계에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수려한 외관과 독특한 설계로 공연장을 떠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같은 대구를 랜드마크하는 명물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축 디자인은 서울시립미술관과 호암아트홀을 설계한 삼우설계 박종률 상무, 세계굴지의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인 FDA, JHS사가 무대와 음향디자인을 맡았다.

외관은 유려한 곡선형으로 그랜드 피아노 모습을 연상케 하며, 대형 유리창을 설치해 극장 로비에서 바깥을 볼 수 있는 현대식으로 꾸몄다.

연주인들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내부 음향시설과 무대의 각종 조건들.

기존의 문예회관 대극장이나 시민회관 대강당이 방음이나 잔향시간 등의 문제가 있어 연주장으로 적합지 못하다는 지적에 따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동원돼 최적의 조건으로 꾸며졌다.

우선 450평 규모의 무대는 가변환 이동식 무대로 오페라는 물론, 무용과 발레, 뮤지컬, 연극 등 어떤 장르의 공연도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천508석의 객석은 어떤 자리에서도 무대가 환히 보이고 연주전달 효과도 뛰어난 말발굽형으로 만들어졌으며 박스석은 최대 가시거리를 35m이내로 줄여 관람에 불편함이 없게 했다.

오케스트라 피트도 110명이 연주할 수 있도록 설계돼 4관편성 이상으로 구성되는 연주회도 가능케 했다.

연주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인 음향학적인 부분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설계 방법이 동원됐다.

악기의 울림을 풍부하게 하고, 잇따른 연주에 방해하지 않은 최적의 잔향시간(1.5초)과 함께 4층 발코니 벽면에 흡음 커튼을 설치했고, 냉.난방 환기구도 객석의자 아랫부분에 배치해 소음을 줄이는 등 연주자나 관객이 아무런 불편없이 공연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대시설도 다양하게 들어선다.

극장내부에는 분장실과 연습실 등 모두 68개의 방이 들어서 대구시립오페라단이나 대구시향 등 시립예술단이 모두 입주해도 여유가 있을 정도다.

이는 대구시가 장기적으로 오페라 하우스와 대구시립예술단 등을 묶어 문화재단으로 민영화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해 충분한 여유공간을 확보한 것. 또 카페와 매점 등 관객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출연진을 위한 132대의 지하 주차장과 인근에 대형 주차장을 건설한다.

오페라 하우스가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는 것은 올 6월초. 개관기념 및 하계U대회 개최 기념 공연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창작오페라 '목화꽃 님이여'(김일영 대본, 이영조 작곡)를 대구시립오페라단이 공연한다.

유환우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 "오페라 하우스의 준공은 오페라뿐 아니라 모든 공연예술 활성화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각종 축제 등 오페라 하우스를 이용한 다양한 기획으로 대구의 랜드마크는 물론, 국내 최고의 명물이 되도록 꾸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전용극장이 대구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대구음악계의 풍부한 자원과 일찍부터 불기 시작한 오페라 운동에 힘입은 바 크다.

사실 대구에는 계명대를 비롯, 영남대, 대구가톨릭대에 음악대학이 있고 경북대와 대구예술대, 그리고 전문대에 음악과가 만들어졌고 70년대 초반부터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오페라연구회가 발족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1992년 서울에 이어 전국 최초로 시립오페라단이 창설됐으며 현재 대구시립오페라단을 비롯, 영남오페라단, 대구오페라단, 계명오페라단, 로얄오페라단과 경북의 경북오페라단, 각 대학의 오페라단 등 7, 8개의 오페라단이 1, 2년에 1회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또 오페라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도도 매우 높은 편. 출연 솔리스트나 학맥, 인맥에 따라 표를 판매하곤 있지만 각 오페라단의 공연때마다 객석은 만원이며 지난 6월 월드컵을 기념해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대구시립오페라단의 '투란도트' 공연때는 사흘동안 6만5천여명의 시민이 몰려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대구시립오페라단의 김완준 감독은 "사실 아이다를 야외음악당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지만 투란도트의 성공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며 "이외에도 많은 오페라가 대구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관객 호응도가 높아 대구에서만큼은 오페라가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오페라 전용극장 건립과 오페라 축제 개최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오페라 축제는 대구시가 오페라 극장 건립에 맞춰 '문화도시 대구'라는 이미지업 작업을 위해 추진하는 야심찬 계획. 초기 계획단계이지만 지역의 2, 3개 단체를 포함한 6, 7개 오페라단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상하이, 불가리아 등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도시의 오페라단이나 솔리스트를 초청, 빠르면 올해 하반기쯤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오페라의 경우 성악뿐 아니라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발레단 등이 모두 출연하는 총체예술인 만큼 대구음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오페라 축제는 대구시가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나 부산국제영화제처럼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축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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