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배낭족 정주대씨-30여개국을 내집 안방처럼

입력 2003-01-01 19:00:47

운동화에 활동적인 바지, 배낭, 이어폰…. 겉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60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영락없는 20대다.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보고나서야 실제 나이를 짐작할 정도. 최근 10년간 30여개 나라를 여행한 배낭여행족이라는 걸 알고나서야 비로소 그런 차림새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년전 고등학교 교사에서 명예퇴직한 정주대(63.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서한아파트)씨는 10년 전부터 해외여행에 맛을 들였다.

몇 번 여행사 패키지상품을 따라 다니다 '관광은 빨리, 쇼핑은 천천히'를 강요하는데 싫증이 나 그만뒀다.

그러다 차츰 배낭여행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학생들 배낭여행보다는 조금 더 듭니다.

하지만 여행가서 엉뚱한 짓까지 하는 패키지여행의 3분의 1 비용이면 충분합니다.

자유롭고 외국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 또한 가슴설레는 일이지요".

정씨는 그래서 일본어, 중국어를 공부한다.

외국어 회화테이프를 들으려고 이어폰은 늘 끼고 다닌다.

교육방송 내용을 모조리 테이프에 담아 외다시피 한다.

그래도 실력이 늘지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요즘은 여행다니지 않으면 매일 대구 중앙도서관으로 출근, 책도 보고 외국어강좌도 듣는다.

"명예퇴직하고 나니 '시간부자'가 됐습니다.

이때까지 탁구공안의 세상에 살았으니 이젠 탁구공 밖의 세상을 알아야지요".

이번 겨울엔 아마존의 대자연을 찾아보고 싶다는 정씨는 1월 중순에 그간의 여행문을 모아 '머나먼 방랑'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다.

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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