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이혼율 42.2%

입력 2002-12-26 14:29:00

동서고금을 통해 결혼에 대한 예찬과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엇갈린다. 성경에는 '하느님의 창조적 의지의 선물'이라 했다. 남녀는 상대방을 위해 창조됐으며, 본질적으로 그 특성이 상호 보충적이어서 함께 만났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소 단위의 공동체인 가정도 부부가 중심이 돼야 따뜻해질 수 있어 서로에게 동거와 부양·협조·정조의 정신적·물질적·육체적 의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따뜻하게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는 결혼에서 비롯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인 하이네는 결혼을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하지 못한 거친 바다'에 비유했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서로의 오해에 바탕을 둔 게 결혼'이라 했다. 철학자 H A 텐도 '결혼 뒤 첫 3주일 동안은 서로 관찰하고, 그 다음 3개월은 사랑하며, 그 다음 3년은 싸우며 지내고, 그 뒤 30년은 용서하며 산다'고 정의했을 정도로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지적했었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200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은 32만100건, 이혼은 13만5천건으로 혼인 건수 대비 이혼율이 42.2%에 이르렀다. 이는 1999년의 32.5%, 2000년 35.9%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졌을 뿐 아니라 1980년의 5.9%, 1990년의 11.4%에 견준다면 세상이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음을 실감케 한다. 더구나 '황혼 이혼'도 급증하면서 그 평균도 남자 40.2세, 여자 36.7세로 뛰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모두 13만5천건이라 한다. 이는 1년 전보다 1만5천건이 늘어나고, 인구 1천명당 2.8명 꼴이나 된다는 얘기다. 결혼은 '바깥 사람은 들어가려고 애쓰고, 안의 사람은 나오려고 애쓰는 새장'과 같다는 말도 있으나, 갈수록 그 '새장'에 맞춰 살아 가려는 너그러움과 사랑이 가볍게 여겨지는 세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추세는 아마도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기만 하는 개인적 성향과 이기주의의 소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어떤 조사에서 이혼 남녀의 평균수명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보다 8~10년 정도 짧은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특히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40대 남성은 앞으로 평균 36.9년 더 살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아내가 없는 같은 연령의 남성은 25.4~30년으로 나타나 '오래 살려면 이혼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혼을 하면 심리적인 갈등을 해소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데 그 뿌리가 있는 듯하지만, 지금 이혼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가볍지 않게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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