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경북도정의 뒷 모습

입력 2002-12-26 14:31:00

경북도는 민선 3기가 본격 출범하는 내년 사업 설명에 앞서 26일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결산하는 '민선도정의 발전상'과 '도정 10대뉴스' 등의 내용을 담은 '2002년도 경북도정결산'이라는 두툼한 보도자료를 냈다.

경북도는 이 자료에서 올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경북 새천년 만들기' 계획을 추진하고 중앙지원·투자예산을 최대한 확보, 각종 지역개발 사업을 활발히 벌여 전국 단위 각종 평가에서 42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등 성과를 지루하게 나열했다. 이들 자료만 살펴보면 경북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지역이고 문제없고 모든 것이 제대로 풀려나가는 것 같은 환상과 착각에 빠지게 된다.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이 생각하기에 경북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은 자료들로 지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물론 각종 어려움 속에 경북도가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렇게 외형상 발표한 성과물만으로 올 한해를 되돌아보고 경북을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또 그렇게 보도토록 하고 홍보하는 것이 도정에 도움되고 도민들에게 이익이 될까.

농도라는 경북에 올 한해는 유난히 어려웠다. 3, 4월 영농철이 시작되면서부터 터지기 시작한 각종 악재들은 아직도 그 후유증들을 남기고 있다. 경북이 전국 제일로 자랑하는 한우는 호주산 생우수입 재개로, 의성 한지마늘은 정부의 한·중마늘 협상 이면합의로, 시설포도를 비롯한 과수농가들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걱정거리와 현안들은 산적해 있는 것이 경북도정의 현주소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 '웅도' 경북의 책임자로 민선3기에 성공한 이의근 도지사는 '도백3선의 성공'에 도취한 탓인지 한가롭게 자랑거리만 늘어놓고 '경북이 전국 최고'를 외치는데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화려한 숫자놀음과 외형상 성과에만 몰입한 탓인지 이 지사는 또한 도청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다. 자신이 올해 초에 지시한 사무실 재배치 지시가 해를 넘기도록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사는 연초 사무실 공간부족으로 아우성이 일자 사무실 재배치안을 마련, 시행토록 했으나 부서마다 본관 건물이 아닌 별관 등으로 쫓겨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지사의 지시가 지지부진했던 것.

직원들의 근무중 사이버 고스톱이나 바둑두기, 잦은 자리비우기 등등 도민들이 공공연히 지적하는 숙덕거림에서부터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이제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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