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溫情손길 뚝 끊긴 썰렁한 세밑

입력 2002-12-25 15:10:00

대선(大選)정국의 여파탓인지 올 연말 불우이웃에 대한 따뜻한 손길이 예년에 비해 유난히 움츠러들고 있다고 한다.

공동모금회에 지금까지 답지한 성금모금 액수가 당초 목표치의 28%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극성스러울 정도로 이웃돕기캠페인에 나서고 있던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매체조차 온통 '대선정국' 뉴스로 일관해 국민들의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정부도 정권인수인계나 차기정권 준비에 신경을 쓰느라 불우이웃은 엄동설한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정작 정부가 해야할 본분이 무엇인지조차 잊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각 사회단체의 캠페인 목소리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리는 듯 하다. 최근엔 내수경기 침체여파로 실직자들이 다시 늘어나면서 '내 앞가리기'가 바빠 남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상황도 '연말 온정'을 썰렁하게 하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민들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허탈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미처 '이웃에 대한 배려'에 소홀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때문에 고아원이나 노숙자.실직자 또는 노인들의 '쉼터' 등지에 대한 지원액마저 점차 줄어들면서 문을 닫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지난 여름 태풍 '루사'로 인한 수해지엔 아직까지 수해복구도 덜된 가운데 이재민들은 올겨울나기가 정말 두렵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것이 수해민들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다. 이번 대선의 핫이슈였던 '화합'은 유독 지역감정을 추스르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이같이 생존에 허덕이는 소외계층을 다독여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화합을 구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따라서 정치권이나 정부 또는 '가진자들'부터 당장 생계가 막연한 '우리의 이웃'에 관심을 가질때 비로소 그 동참의 행렬이 늘어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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