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주민없는 주민공청회

입력 2002-12-25 15:34:00

"주민없는 공청회라니 말이 됩니까. 여기에 실제 피해 주민들이 몇명이나 있습니까. 피해 주민들의 말이 중요하지 공무원들에게 물어 뭘 합니까".

24일 오전 성주 농업기반공사 대회의실. 성주댐 개량복구를 위한 주민 공청회는 일부 참석 주민들의 항의성 발언과 고성 등으로 시작도 하기 전 삐걱거렸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여름 태풍 '루사'때 성주댐 상류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댐이 범람위기를 맞아 하류지역 주민들이 야간 대피 소동을 빚는 등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자 성주댐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

성주댐은 개량복구를 위해 이미 110억원의 사업비가 확보된 상태다.그런데 공청회 시작전 "개최 사실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며 "공청회를 보이콧 하자"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 또 일부 주민들은 성주 기반공사의 공청회를 성주댐에서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댐 사무소로 찾아간 때문.

태풍 루사로 사과밭 2천여평의 피해를 본 배계환(54·가천면 중산리)씨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가천 사람이 참석하지 않는 공청회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출신 군의원 곽길영씨도 "이해 당사자에게 연락지 않은 공청회가 있을 수 없다"며 성주댐에서 재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한 주민은 "댐 없어도 농사를 잘 지었는데 댐이 생기고 나서 가천 주민들은 피해를 봤다"고 했고 다른 주민은 "댐 건설할 때도 이런 식으로 넘어갔는데 한번 속지 두번 속지 않는다"고 목청을 높였다.

농기공 직원들이 "공청회를 하지 않으면 댐을 그대로 두자는 말입니까"라고 반문하자 "댐을 포클레인으로 파 없애야지"라고 가시돋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30여분간 실랑이 끝에 주최측에서 조만간 성주댐 사무소에서 지역주민이 참여한 공청회를 한번 더 개최키로 하고 겨우 공청회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미 고령지역 주민과 일부 흥분한 주민들은 자리를 떠난 뒤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태풍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피해복구와 충분치 못한 보상 등으로 한껏 마음이 상해 있다. 그런데 피해주민들이 모르는 공청회 개최는 이유야 어찌됐건 잘못이다. "댐에 우리는 생명을 담보로 잡혀 있다"는 한 주민의 말처럼 안전하고 지역 발전에 도움되는 성주댐 건설을 기대해 본다

yw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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