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던 김모(26) 육군병장은 최근 말년 휴가를 나왔는데도 친구들을 거의 만나지 않고 조용히 쉬다가 귀대하기로 했다. 호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서다.
김 병장은 "휴가나오면 사회에 있는 친구들이 고생한다며 접대해 주는게 관례인데 친구들 대부분이 직업없는 백수인 탓에 오히려 휴가나온 사람이 술밥 사줘야 하는 형편이니 선뜻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각한 청년실업이 휴가나온 사병의 호주머니까지 넘봐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인들이 많이 모이는 역이나 터미널 등지에서는 "휴가 나왔다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친구들 접대만 하다가 들어간다"는 귀대 사병들의 푸념이 대합실을 넘쳐나고 있다.윤모(25)씨는 김 병장과는 정반대의 경우다.
대학생이던 윤씨는 IMF사태를 피해 98년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제대후 올초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윤씨는 "휴가군인은 부모친지들이 주는 용돈이라도 있지만 백수가 가진 것은 시간 뿐"이라며 "군인을 제외한 직장없는 친구의 연락은 의도적으로 피한다"고 말했다.
또 제대후 지난 9월 복학한 박종윤(24)씨는 "어학연수 등을 빙자한 억지 휴학생과 직장을 구하지 못해 대학원을 피난처로 삼고 있는 사람 등 군필 남자 대학생의 경우 둘 중 하나는 사실상의 실업자"라고 말했다.
IMF 사태를 전후해 학비부담을 이기지 못한 대학생들의 도피처가 되기도 했던 군대가 청년실업 대란이라는 또다른 사회현상과 맞물려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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