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미혼여성을 유흥업소 접대부로 알선하고 소개비를 챙기는 '보도방'이 급증하고 있다. 수입이 짭짤하자 최근에는 '기업형' 보도방이 생겨나고, 청소년들까지 보도방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눈물의 수기="믿었던 아내가 노래방 접대부로 일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집니다. 아이들 과외비가 걱정된다며 친구와 함께 간병인 일을 한다는 얘기를 믿었던 것이 실수였습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ㅈ씨가 얼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앞으로 '눈물의 노래방 수기'를 보냈다.
편지에 따르면 ㅈ씨는 친구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듣고는 기절할 뻔 했다. 그 친구가 노래방에 가 접대부를 불렀더니 자신의 아내가 들어오더라는 것. 그동안 애써 쌓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듯했고, 가정불화로 지옥같은 생활이 이어졌다.
ㅈ씨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고 수성구의 노래방 10개를 살피고 주부 접대부 12명을 만났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남편.자식을 가진 주부였지만 ㅈ씨가 이들로부터 들은 얘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회식 자리에서 한 주부는 탁자 위에 올라가 나체쇼까지 벌였다고 했다. 급기야 주부들끼리 손님 접대경쟁이 벌어지고 나중에는 개별적으로 손님과 만나 즐겼다는 얘기도 들렸다.
인기를 얻으면 하룻밤에 20여만원을 벌고 그렇게 하려면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근무한다고 했다. 한 아줌마는 "새벽 5시에도 찾는 손님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남편 스스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ㅈ씨는 구청장에게 노래방 불법 영업을 꼭 뿌리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어떻게 움직이나=이런 주부들의 노래방 영업은 친구 등 알음알이를 통해 시작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보도방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도방들은 생활정보지에 '노래 도우미 구함' 등의 광고를 내 주부.미혼여성을 모은 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소개시키고 있다.
두달 전까지 보도방을 통해 접대부 일을 했다는 김모(35)씨는 "보도방 접대부는 수성구에만 1천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보도방 숫자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262개 유료직업소개소 중에서도 절반 이상이 보도업을 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보도방들은 자신들이 소개한 여성들이 받는 시간당 2만5천원 중 5천원을 소개비 명목으로 챙기고 있다. 한 보도방 업주는 30여명의 여성을 관리할 경우 보도방의 한 달 순수입이 1천만원을 넘는다고 했다. 지난달 대구 중부경찰서는 10개월 동안 하루 평균 20여명의 여성을 알선하고 1억5천만원 상당을 챙긴 보도방 업주를 적발하기도 했다.
유흥업소 종사자들에 따르면 보도방 알선 접대부들은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일하고 일부는 8시간 이상 강행군한다. 하루 5시간 정도 일할 경우 버는 돈은 소개비를 제외하고도 한달에 300만~400만원 된다는 것.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위 '2차'는 가지 않는다고 이들은 말했다.
▨기업형에 프리랜서까지=대구시내 보도방들은 최소 10여명씩의 여성을 관리하고 있으며, 특히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수성구 경우 5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형 보도방'까지 생겨났고 거기서는 접대부들이 쉴 수 있는 침대.샤워장까지 갖추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최근에는 칠곡.봉덕동 및 서부정류장 일대 등 유흥업소가 많은 곳을 대상으로 사무실 없이 승합차를 이용한 소위 '차발이'도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이 괜찮자 최근에는 소개비를 아끼기 위해 보도방을 통하지 않고 직접 뛰는 여성들도 나타나고 있다. 남편의 실직, 이혼 등으로 어려워진 주부들이 주로 스스로 명함을 만들어 업소에 뿌리고 있다는 것.
수성구 한 노래방 업주(46.여)는 "지난해 막 개업했을 때 한동안 매일 30여개의 명함이 가게 앞에 뿌려졌었다"고 전했다. 이 업주는 또 이들은 '2차'도 나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주부들이 2차를 나가면 10만~15만원 정도 받는다는 것.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미성년 소녀들 중에도 보도방을 통해 벌이에 나서는 일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지난 2일 여고생을 '보도'하고 2천4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김모(25.동인동)씨를 입건했다.
김씨 역시 생활정보지 아르바이트 광고를 통해 이런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청소년 보도방은 사무실 대신 '차발이' 형태를 갖춘 경우가 많고, 각 구에 3~5개쯤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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