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大選이후(4)

입력 2002-12-25 12:11:00

매일신문은 제 16대 대선 결과 대구.경북지역 유권자 가운데 다수가 허탈감과 정치적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지역 고립마저 불사하겠다는 듯한 배타적 자세를 보이는 것과 관련, 긴급 좌담회를 갖고 이에 대한 진단과 그 치유책을 모색해 보았다.

5년전 김대중 정권의 탄생 때보다 다소 심각한 듯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대구.경북의 고립을 자초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좌담회에는 조해녕 대구시장과 김달웅 경북대총장, 민영창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본지 이진협 편집국장이 사회를 보았다. 이 좌담회는 23일 오후 대구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다.

이=이번 선거 결과 5년 전보다 좌절감이 좀 더 심각한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심리적 공황과 같은 상태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이 어디서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느냐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또 내부적으로 대구.경북인들도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조=대구시민의 80%가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택이 거부됐다는 허탈감이 있는데 내부적으로 원인은 두 가지인 것 같다. 하나는 선거구도가 지역.보혁.세대간 갈등이었는데 보혁대결에서 혁신이 우세했다는 점에서 대구의 보수계층이 우려하는 측면이 있다. 향후 5년간 또 야당생활 하느냐 걱정도 있는 것 같다. 지난 5년간 소외돼 왔다고 느끼고 이번에 정권교체를 희망했는데 안됐기 때문이다.

김=우선 승복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교육에 관해서만 말하자면 어느 정권에서나 지방은 홀대를 받았다. 노무현 당선자가 지방분권을 확실하게 한다고 했고 지방대학 육성도 포함돼 있으니까 지방 대학 쪽에서는 오히려 기대를 거는 부분도 있다.

우리 스스로 발전시키면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정치적 이득만 기다려서야 자생력이 있겠는가. 오히려 지역 사회가 선진적.개방적으로 나간다면 좌절할 상황이 아니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대구사람들은 두 가지 정서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졌다는 것과 호남의 95%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졌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세대차가 뚜렷하고 계층간 투표성향이 분명하게 드러난 선거다. 한나라당이 정책선거를 하지 못하고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우리가 졌다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매 선거마다 극단의 대결을 해야 하는데 여야가 고르게 당선되면 그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조=우리가 좌절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당선자의 성향이 진보적인 것은 분명하다. 노 당선자가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반대의견도 고려, 국민통합에 나설 것이다. 또 일방적으로 진보 성향 위주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지역 스스로 역량을 모아서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본다.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낼 것은 내고 비전과 정책을 중앙정부에 제시한다면 조금도 지역이 야당이기 때문에 소외받을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지역에서는 보혁에 대한 갈등을 많이 우려하는 것 같다. 또 지역민들은 과거 권력을 갖고 있었다는 점 때문인지 권력지향적인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지역의 리더들이 유도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DJ정권 5년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또 정서적으로 호남한테 졌다는 의식은 지역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패배감이나 대결 의식을 첨예화시킨 것 아닌가.

민=지역감정은 한나라당을 집단적으로 지지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 여야 골고루 지역의 일군을 뽑는 것이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서 우리가 졌다 이겼다는 극단적 생각에 빠지지 않는다. 지방분권 지역분산이라는 정치제도 측면에서 대거 협조해서 중앙 집중화를 완화시키는 것도 이런 피해의식을 갖지 않게 하는 방안이라고 본다.

이=3김 시대는 끝이 났다는 점에서 피해의식 가질 필요는 없지 않느냐. 당선자는 부산사람이다. 정서적 공감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와 같은 인사편중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과 지방분권 등을 현안으로 약속한 만큼 제왕적 대통령 시절의 상실감에 젖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김=노 당선자도 지역의 정서도 감안해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며 인사의 편중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방분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방인사도 과감히 등용해서 지방의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지 않겠느냐.

이=지역주민들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자세나 지역민들의 가다듬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겠나.

조=지금의 위기감을 승화시켜 새로운 출발점으로 여기고 '때리 치아라'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기보다 지역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의 70% 이상 반대표는 당선자의 일변도 행보에 제동을 걸고 중화시키고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질만 한 것 아니냐.

세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먼저 대구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젊은 대구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새파란 것이'라는 사고는 떨치고 후배와 젊은 인재 길러야 한다.마지막으로는 뭉쳐야 한다.

호남처럼 95%로 뭉치자는 것은 파괴적인 생각일 뿐이다. 다양한 사고 인정하면서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 자기 이해만 앞세우지 않는 건강한 사회가 돼야 한다.

김=자존심보다는 자긍심이라고 하고 싶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분권화, 여성 차별 철폐, 소외계층과 함께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3김 시대 정치는 사느냐 죽느냐의 정치지만 그러나 21세기 정치는 상생의 정치라고 본다. 노 당선자의 실패는 우리나라의 실패다. 지역출신 야당 인사들도 큰 정치, 상생의 정치로 나가길 바란다.

이=외지에서는 대구.경북을 백안시하기도 한다. 획일주의에 휩쓸려가는 측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세대간 대화의 문화도 없다. '많이 컸네'라거나 50대도 애들 취급하는 자세도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그러면 노 당선자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 달라.

조=지역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목소리가 국민의 절반에 가깝다는 점을 인식, 정책에 충분히 반영시켜줬으면 희망한다. 또한 국토의 균형개발 차원에서 국가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수도권 집중에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 분권화를 통한 국가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취해주기를 바란다.

민=사실 전국적 시각에서 이번 선거의 49% 대 47%라는 비율은 굳이 한 사람의 승자를 가린 것일 뿐 둘 다 이긴 선거라고 본다. 따라서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마음으로든 한 번 더 속아 본다는 마음이든 아니면 이제는 안 그러겠지라는 마음이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임했으면 한다.

김=특정 지역에 대한 지원 요구는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본다. 다만 지역 정서가 있다면 당선자의 고려가 필요하고 그럴 것으로 본다. 또 지방분권화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지방대학의 발전도 있을 수 있고 선진국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시민들의 정서를 잘 추스르지 못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비판의 여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

조=시장의 입장에서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변화의 큰 흐름을 읽고 당이 쇄신해 줬으면 좋겠다.

김=한나라당이 스스로 추스려서 변하지 않겠느냐. 건전한 야당으로 나라 발전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지역에 뿌리를 박고 있는 인사들이 됐으면 좋겠다. 머리는 서울에 두고 선거 때만 지역에 오는 인사들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민=한나라당도 지방분권 공약에 적극적이었으므로 혹시 여당이 챙기지 못한다면 야당이라도 좀 챙겨줬으면 한다. 지역에서 크는 인재들에게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가까이 있는 시도민들이 보살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공직자의 자세도 변화의 여지는 없는가.

김=하루 아침에 바라는대로 되기는 어렵다. 지방자치제에서도 공직자의 교육프로그램의 활성화도 필요하며 제고 노력이 계속된다면 수준도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본다.또 동기부여도 더 필요하다.

조=지방 공직자들은 집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입안하는 정책관료가 돼야 한다. 또 도덕성 회복도 필요하다. 청렴도에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소신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을 잘하기보다는 잘못 하지 않는데 주력하는 것 같아 아쉽다.

끝으로 한 마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시도민들이 선거 결과에 낙담하고 미래가 어렵다고 걱정하는데 이를 떨쳐야 한다. 사람도 시련이 있어야 강해지듯이 대구.경북은 어려울 때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 마음을 추스리고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으로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리=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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