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은 희망·평화의 상징"

입력 2002-12-25 12:22:00

평화와 축복의 성탄절을 맞아 세계 각국은 24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다양한 축하행사를 치르며 기쁨을 나눴다. 하지만 올 한해 끝없이 이어진 테러는 성탄절을 피해가지 않았고 이라크 전쟁의 암운은 성탄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교황 성탄 메시지=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탄 전야인 24일 자정 바티칸에서 열린 성탄미사에서 희망과 자비의 메시지를 밝혔다. 교황의 성탄 메시지를 듣기 위해 1만여명의 신도들이 성 베드로 성당과 광장을 가득 채웠으며 미사장면은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교황은 "예수의 탄생은 전 인류를 위한 희망의 상징이며 모든 종류의 분쟁으로부터 고통받는 자들에겐 평화,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에겐 자유, 죄악의 굴레에 빠진 자들에겐 자비, 외롭고 버림받은 자들에겐 사랑과 위안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이 전쟁에 휩싸여 걱정스럽다며 테러와 분쟁으로 얼룩진 현실을 개탄했다. 교황은 또 25일에는 이라크 전쟁 위기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할 예정이며 중동평화도 기원할 것이라고 교황청 관계자들이 전했다.

◇세계 곳곳 테러 비상=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성탄절을 맞아 인파가 몰린 한 쇼핑몰 근처에서 폭발물을 허리에 차고 있던 체첸인 2명을 긴급 체포했다. 또 유럽 각국은 알 카에다가 성탄절을 기해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정보 속에 초긴장 상태를 보였다.

영국 외무부는 2년전 성탄전야의 폭발사건으로 15명이 사망한 사건을 상기시키면서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고, 프랑스 당국은 수도 파리를 순찰하는 경찰과 군 병력 1천명을 추가로 배치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4일 밤 성당과 교회를 겨냥한 폭탄테러 15건이 전국 9개 도시에서 잇따라 일어나 최소 14명이 숨지고 1백여명이 부상했다. ◇베들레헴 통금해제=이스라엘군은 24일 성탄절 전야 미사를 앞두고 예수의 탄생지인 베들레헴 도심에서 시 외곽으로 일시 철수, 시민들이 성탄축하 행사를 열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예수탄생지를 순방하려던 순례객들은 성지인 '구유광장(Manger Square)'을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22일 베들레헴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이스라엘인 12명이 숨진 이후 계속 베들레헴을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의 거부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베들레헴에서 거행된 성탄 전야 자정미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운 감도는 이라크의 성탄절=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성탄 전야를 맞아 이라크 국민들은 "순교"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관련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영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그는 "평화를 사랑하는 이라크 국민들은 조국의 땅과 하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순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성 라파엘 카톨릭교회에서는 이라크 기독교인과 미국인 평화활동가들이 함께 성탄절 전야미사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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