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을 읽고-참정권 행사 통제 곤란

입력 2002-12-25 00:00:00

23일자 독자마당 '투표 기권자에 불이익 줘야'라는 제목의 투고를 읽고 내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투고자는 이 글에서 기권자에 대하여 '남자들은 예비군훈련이나 민방위훈련의 횟수 증가, 여자들에게는 해외여행의 결격사유로 만든다면'이라고 썼는데, 이는 현실과 법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물론 '단 어쩔 수 없이 투표하지 못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본다. 투표권은 참정권이다.

참정권은 '내국인에게만 보장되는 국가 내적인 국민의 권리로서 국민 개인의 불가양(不可讓).불가침의 권리'다. 이는 바로 국민 자신의 의사에 의하여 행사하는 권리이지, 강제에 의해서 행사되어야 하는 권리는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투고자의 제언처럼 기권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면, 그 증빙서류의 유효함은 어떤 기준을 두어야 하는지를 묻고 싶다.

물론 해외여행 등의 행락을 위해 기권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경우도 많다. 특히 갑자기 병원에 입원한다거나 집안에 급한 길.흉사가 있다면 기권할 수도 있다.

이런 일에 대하여 모두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선거담당 부서에서는 이 서류를 일일이 대조하여 기권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상당한 업무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대하여 국가가 물리적인 법적 조치로 행사유무를 통제한다면 그것은 민주국가가 될 수 없다. 스위스는 평균 40%의 투표율만 가지고도 국가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국민들이 걱정없이 살 수 있을 만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낮은 투표율이 국가정책에 대한 무관심인 것과는 조금 다른 현상이지만, 결국 정치지도자의 역량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기권한 국민을 제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정치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배출하는 것이 더 급선무일 것이다.

박세호(인터넷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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