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노총각 베드로씨 3년째 '눈물의 간병'

입력 2002-12-25 00:00:00

25일은 성탄절. 노총각 베드로(43.세례명)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를 3년째 혼자 수발하고 있다. 어머니(78)가 쓰러진 것은 2000년 2월. 뇌수술을 받았지만 병세는 갈수록 나빠져 입원 6개월만에 퇴원해야 했다.

"4남1녀 중 누구도 어머니를 돌보기 쉽잖았습니다. 대소변도 못가리니 힘든 일이었지요. 처음엔 다른 가족들이 미웠지만 지금은 모든 걸 이해합니다". 막내 베드로씨는 모든 수발을 혼자 떠맡느라 직장까지 그만뒀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며 화가의 꿈을 키우던 그는 어머니의 곁을 지킨 후 그림을 한 점도 그리지 못했다고 했다.

베드로씨는 일년 전부터 생쌀을 씹기 시작했다. 소화엔 침이 특효약이라는 얘기를 듣고 몸에 좋다는 현미를 구해 잘게 씹은 후 침으로 녹여 어머니 입에 넣어 주고 있는 것. 압력 밥솥으로도 잘 쪄지지 않는 현미를 씹는다는 건 고통의 연속. 일년간 현미를 씹다보니 앞니가 대부분 부러져 지금은 정확한 발음이 안될 정도라고 했다.

"만일 내가 아팠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합니다. 분명 더 큰 사랑을 베푸셨을 겁니다. 아무 것도 못드시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느님께 어머니가 제대로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이 세상을 떠나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의 고통을 함께 나눌 것입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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