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칼럼-대선공약 '지방분권'

입력 2002-12-24 00:00:00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정치권 인사나 학자들은 행정개혁 시책의 하나로 한결같이 지방분권을 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대통령선거기간 중 모든 후보자들은 그 표현과 강도의 차이는 다소 있었으나 지방분권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중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분야 공약에는 '지방분권의 획기적인 강화'라는 항목이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협의의 지방분권론은 행정권한과 재원의 일부분을 중앙행정기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 되고 있는 지방 분권론은 단순히 이러한 차원을 넘어서 수도권의 집중현상을 해소함으로써 전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한걸음 나아가 지방주민의 삶의 질을 수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책으로는 그동안 여러가지 방안들이 제시되어왔다. 예를 들면 권력의 분산을 비롯하여 산업과 교육기관의 분산이나 국토의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는 지방 거점도시의 건설 등이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10년 안에 청와대, 정부, 국회의 행정기능을 충청권에 이전하는 것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그런데 이러한 지방분권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방책이 아니라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종합적이고 장기적이며 획기적인 대책이라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책들이 통치권자의 의지 아래 강력하면서도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추진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이러한 시책의 추진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니 한걸음 더 나아가 서울보다 지방의 생활여건이 더 나아야 한다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도권의 인구분산정책으로 시행해온 인구억제정책이나 추출 정책만으로는 절대 그 효과를 거둘수 없다. 물론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그 분산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계속적인 지방이전의 유발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전으로 인한 부분만큼의 감소효과는 곧 다른 유입요인의 작용으로 잠식되어 원상으로 복귀해 버린다. 마치 계속 물이 스며드는 웅덩이의 물을 조그마한 바가지로 퍼내는 격이다.

수도권의 인구분산의 열쇠는 수도권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바깥 즉 지방에 있는 것이다. 다시말해 지방에 수도권의 시설이나 인구를 끌어당길 수 있는 강력한 자장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 자력의 힘은 인구와 시설을 수도권으로 끌어당기는 자력보다 더 강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 자장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지방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건이다. 그것은 곧 지방의 생활기반시설이 수도권보다 우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방에서의 취업기회가 수도권보다 더 많고 임금수준도 더 높을 수도 있다.

대학의 시설은 수도권보다 더 훌륭하고 교수의 보수수준이나 학생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은 월등히 높은 반면 등록금은 훨씬 싸다. 의료시설도 서울보다 우수할 뿐만 아니라 의사의 보수수준은 서울보다 높고 의료수가는 서울보다 싸다.

각종 민원의 해결을 위하여 서울에 갈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각종 문화시설도 월등히 높다고 가정하자. 즉 수도권과 지방을 동일수준에서 균형발전 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우위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여건이라면 그곳에 사는 주민이 왜 수도권으로 이주하려 하겠는가. 역으로 수도권에 사는 주민이 하나 둘씩 지방으로 이주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이상론이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가격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지적도 받을 것이다.

물론 지방우위정책을 단시일에 광범위하게 혁명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은 극히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을 위한 발전 기금의 의무적인 조성이나 국고 보조금의 획기적인 차별지급등가능한 시책부터 점차적으로 시행해 나간다면 그 효과도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획기적인 분권'이란 공약 내용에는 이러한 시책도 포함되기를 바란다.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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