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헷갈리는 개인워크아웃

입력 2002-12-24 00:00:00

개인워크아웃 지원자격 제한이 오늘부터 전면 해제돼 종전 3개 이상 금융기관 채무 5천만원 이하에서 2개 이상 금융기관 3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됐다. 신용회복 지원위원회는 이번 확대 조치로 약 85만명에게 신청자격이 주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개인워크아웃제도 협약가입 금융회사를 신협과 새마을금고, 단위 농협 등으로 늘려 여러 곳에서 빚을 지고있는 채무자의 신용회복 기회를 더 늘려주기로했다.

이미 신용불량자가 25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9월말 현재 가계빚이 435조원을 넘어 민간 부문의 신용이 급속도로 떨어지고있는 상황에서 개인 구제책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면(赦免)정책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사면이 남발되면 신용 구제는커녕 오히려 모럴 해저드를 증폭시켜 걷잡을 수 없는 사회 총체적 불신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의 개인워크아웃 정책은 의문을 품기에 충분하다.

먼저 지난 8일, 신용구제 확대에 대한 민주당의 발표에 대해 신용회복 지원위원회는 "업무 감당이 힘들고 현재 심의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라 연내 실현은 불가능"이라며 즉각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는데 오늘부터 이를 실시한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식언(食言)했음이 드러났다. 전윤철 경제부총리도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과 정책 합의를 한 바 없다"고 당시에는 중립을 지켰는데 개인워크아웃을 서민금융기관으로 확대한다는 금감원의 방침에는 지금 함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신협, 새마을금고, 단위농협으로 워크아웃 실시를 확대할 경우 부작용은 없느냐는 점이다. 물론 최종 심사는 위원회에서 하겠지만 이들 금융기관은 지금도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고, 연일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는 곳이 아닌가. '내부정리'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구제 정책이 실시된다면 그 혜택은 선량한 개인이 아니라 악덕 경영층에 돌아갈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위험 요인을 제거한 후 확대 실시해도 늦지 않다. 그것이 바로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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